불길한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다.
처음 면접 본 회사는 떨어졌다.
처음 면접 본 회사의 경험을 통해, 나의 경력과 하고 싶은 일이 맞는 회사들 위주로 지원해야된다는 걸 깨달았다.
면접 기회도 중요하지만, 독일회사와 면접을 하다 보면 내가 했던 일들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일들과 성격이 다 나오게 된다. 또 이런 면에서 여러모로 회사와 내가 잘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주 뒤 다행히 마음에 드는 스타트업에서 1차 면접 이메일이 왔다.
이 스타트업은 자동차 관련 스타트업이었다. 내가 과거 몇 년간 일 한 것들을 보면, 디자인도 자동차 관련된 일을 많았고 포트폴리오도 자동차 관련된 것들이 있었다.
다시 1차 면접 준비
또 다시 1차 면접이다.
첫 번째 회사의 첫 면접을 통해 이번에는 준비를 더 철저히 할 수 있었다.
- 회사와 관련된 기사도 살펴보고, 사이트 구경도 했다. 추가적으로 면접 질문들을 다시 정리했다.
- 내가 주장하는 바를 자세하고, 말할 수 있는 예시들을 정리 했다.
- 추가적으로 사이트 디자인 분석을 해봤다. 장점이 무엇이고, 고쳐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파악했다.
-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설명할 수 있는 스크립트도 정리했다.
물론 내용은 지원하는 회사에 잘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할수 있는 스토리로 만들었다.
굳이 스크립트를 준비할 필요가 있었나 싶지만, 일상생활에서 영어 말하기를 자주 하진 않다보니 스크립트로 쓰고 말하는 연습이 조금 필요했다.
첫 면접은 안톤이라는 프로덕트팀의 리더였다. 링크드인에 들어가서 누구인지 파악도 해봤다. 안톤이 이 전에 무엇을 했는지 파악을 할수 있었다.
지금 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찾아본다고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경력과 포지션의 요구사항이 얼마나 잘맞고, 커뮤니케이션이 부드럽게 되는지가 중요했다. 그리고 면접 상대의 업무에 따라서 조금 다르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HR 스크리닝을 하게 되면, 경력에 관해서 아주 깊게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다.
경력이 요구사항에 맞는지 파악하기 때문에 관련있게만 잘 말하면 된다.
그리고 실무자들과 면접 할 경우, 프로덕트 매니저나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보면 된다.
이들이 주로 경력에 관해 자세한 것들을 많이 물어본다. 보통 실제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이기 때문에 도움이 될 사람인가, 알아서 일을 잘 하고, 팀에서 어울릴수 있는가 본다.
면접을 하다보면, 스스로 지원하는 회사와 인연이 아닐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중에 이직하면서 면접을 여기 저기 봤는데, 느낀 것이 나와 회사 성향이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의 분위기와 내가 잘 맞는가.
그 팀에 잘 맞는가.
회사에 가보게 되면 나름 풍기는 분위기가 있는데, 서로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것 같다.
1차 면접
철저하게 준비한 1차 면접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통화를 시작하고, 바로 당황을 했다. 면접 보기로 한 안톤이 아니라 보리스라는 프로덕트 매니저가 대신 나타난 것 이다. 안톤은 휴가 중이라면서 그렇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보리스는 회사 소개를 하고 자신에 대해서 짧게 소개를 했다. 나 또한 준비한 자기소개를 회사와 관련된 경력을 강조하며 말했다. 그리고 포트폴리오도 소개할 시간을 가졌다.
나는 사이트 리뉴얼로 유저 플로우를 개선하고, 유저빌리티 프로브럼을 해결해서 사이트 트래픽과 페이지 뷰를 상당히 높였다는 예를 강조 하였다.
그 외에는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 디자인의 기능이 분명한 것이 좋은 디자인이라 답했다. 그리고 부연 설명을 했다.
나도 몇 번 면접을 진행하면서 이 질문을 던져 보기도 했는데, 이제 하지 않는다.
나름의 디자인 철학이 있는지, 성향이 어떤지 파악하는데 좋을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었던 대답들은 주로 허무맹랑한 것들이었다. 결국 시간 낭비라 생각하고 이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주어진 30분을 초과해서 45분을 이야기 한것같다. 보통 이렇게 초과하는 경우는 이야기가 잘 통해서인 경우가 많다. 대화 중에 아니다 싶으면 보통 주어진 시간 보다 짧게 끝내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연봉 얼마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난 블루카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에 맞춰서 대답을 했다.
1차를 통과하면 과제를 내준다고 했다. 느낌이 좋았는데, 역시 곧바로 과제를 줬고, 다음 날 바로 2차 면접에서 과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로 했다.
디자인 과제
디자인 과제를 받고 완성하는데까지 24시간이 주어졌다.
디자인 과제에 대한 이메일은 원하는 시간에 맞춰서 발송해준다고 했다. 과제는 고객을 최대한 많이 가입 시킬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디자인 하는 것이었다. 이미 회사 사이트를 자세히 봤기 때문에 빠르게 시작할 수 있었다. 이미 많은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와이어프레임은 빠르게 나왔다. 그리고 24시간 내 완성해서, 슬라이드로 만들어 보냈다.
나중에 디자이너를 채용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대충 대충 과제를 만들어서 보내는 경우를 상당히 많이 봤다.
공 들여서 보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다른 다자이너들과 비교를 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을 최대한 고려해서 완성해야 한다.
2차 면접
2차 면접은 디자이너 아나와의 면접이었다.
같이 일하게 될 사람이니까 아무래도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주로 어떤 디자인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물어 봤다. 이번에는 디자이너가 재미있을 만한 프로젝트들을 소개 해주었다.
2차 면접의 본론은 과제에 대한 피드백이다.
아무리 디자인을 잘 해도 무엇이든 비판할 것은 충분히 많다. 생각을 많이 해서 만든 디자인이라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디자인 결정들에 대해서 잘 방어도 하고 의견도 잘 받아들였다.
디자인 피드백을 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는 것은 항상 있는 질문이다.
여기서 비판을 받아 들이는 자세에서 성격이 많이 들어난다.
또한 논리적으로 디자인 결정을 했는지, 의견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수 있는지 등을 보게 된다.
좋은 인상을 남긴것 같다. 느낌이 좋았다.
역시 며칠 후에 이메일이 왔다. CEO 와 면접을 보자고 했다.
3차 면접
3차 면접 준비는 주로 실무자가 아닌 경영자 입장에서 회사의 방향이나 비즈니스 아이디어 위주로 메모를 만들었다. 마지막 면접이고, 실무자들이 올린 지원자를 최종 확인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은 덜 했다.
스타트업의 CEO는 회사 소개를 투자자들에게 밥 먹 듯이 많이 하기 때문인지, 3차 면접 중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회사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또 스타트업이라서 그런지, 현재 상황이나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또한 말해줬다. 나는 이 부분에서 내가 준비한 아이디어를 늘어 놨다. 자연스럽게 면접 보다는 아이디어 회의가 되었다.
CEO 입장에서 열정적으로 일할 사람을 찾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 부분에서 좋은 인상을 남겼던 것 같다.
기분 좋게 통화가 끝났다.
합격이다
최종 합격 연락은 바쁘게 사무실 업무 보는 중간에 받았다. 같이 일하자고 이메일이 왔다. 오퍼는 나중에 만들어서 보내겠다고 했다.
그때 합격을 현실로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먼 한국에 있는 나를 합격 시켜줬다는데 감사하다.
EU의 경쟁자들을 넘어섰다니… 🙂
아무튼 베를린에 도착하기 전에 취업했다.
베를린으로 떠나는 비행기 딱(!) 2주를 남겨 놓고 합격 했다. 비행기를 구입한 후부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원을 했는데, 도착하기 전에 일자를 찾고, 비자 문제가 해결 되어서 다행이다.
‘독일 베를린 스타트업 취업 후기 4 : 엽봉협상과 비자’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