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생활 블로그

독일 수의대 : 5학기 끝

2025-04-09

5학기도 정말 혼란이었다. (매 학기 마다 힘들대? ㅇㅇ) 

5학기에 대해서

다른 독일 친구들은 5학기가 제일 널널 하니까 많이 쉬어야된다고 했다. 독일사람한테는 그럴 수 있는데 그건 나에게 너무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다. 

특히 처음 2주, 특히 월요일이 너무 힘들어서 충격을 받았었는데… 아침 8시 15분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서로 다른 전공과목 5개가 점심시간 45분을 주고 계속 수업만 했기 때문이었다. 복습이나 예습을 하고 싶었는데 체력이 안되서 집에 오면 그냥 쉬고만 싶었던거 같다. 결국은 몇 과목은 수업을 안 듣기로 하고 혼자 공부하기로 했는데… 그건 잘한 선택이었다.

처음 듣는 과목이 우선 많았고(13과목?), 그 많은 많은 과목에서 전문용어들이 매일 엄청나게 나오고(사실 그 용어를 한국어로도 모른다…) 그걸 계속 찾아야하는 수고가 만만치 않았다. 이번학기부터는 그래도 chat GTP라는 든든한 조수가 있기에(실수도 많이하지만) 생경한 내용도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던 거 같다.

5학기 시간표

5학기 끝나면 국가고시는 4과목이지만, 사실 면역학까지 포함하면 5과목을 해내야 한다. 5학기에 시험보는 과목 외에도 6학기에 시험보는 약학, 기생충학, 바이러스학, 미생물학, 그리고 나중에 시험보지만 중요한 병리학 그 외에 Radiologie, Chirurgie 도 다 한꺼 번에 5학기에 시작했다. 중간에 Blockwoche라고 수업없이 시험보거나 실습하는 주가 두 번 있었는데 Chirurgie와 위생 등에 대해서 추가로 배우기도 했다. 이 외에도 선택과목도 선택 해야하는데 2년동안 16과목을 추가로 배워야 한다.

학기 중 시험이 4학기보다 적었지만, 그 무엇보다 새로 배워야 하는게 많아서 처음에 대 혼란 대잔치 였던거 같다. 그래도 또 시간 지나니 또 어찌어찌 하고 있었다.

5학기 중 특이한 이벤트 중 하나는 ‘결정’이었다. 9 10학기에 학교에서 로테이션 어떤 동물(대동물, 소동물, 말)로 할 것인지가 그랬고, Praktikum으로 엄청나게 많은 메일을 보냈어야했다. 정확히 말해 9, 10학기에 있을 도살장, Tieramt, Hygiene 실습 자리때문이다. 베를린에는 도살장이 없고 Brandenburg에만 도살장이 2개인가 있는데… 이 곳 자리 얻는게 쉽지 않고, 또 이곳 저곳 다른 주에도 이메일을 보냈는데 거절 메일만 수두룩 받아서 정말 의기소침하게 되었다. 12월에 결국 자리를 받아서 나는 2024년에 2027년까지도 계획을 아주 자세히 세우게 되었다.

과목이 너무 많으니 5학기 끝나고 보는 국가고시 시험이 대해서만 써보겠다.

#Immunologie

면역학이 점수도 나오지도 않고 Pass Fail 만 나오는 과목이지만 꽤 열심히했다. 실제로 금방 이해되는 과목은 아니라서 꽤 열심히 해야한다. 사실 이해하면 재미있는 내용인데… 진입장벽이 낮은 과목은 아닌것 같다. 알 수 없는 용어들(PRR, TNF, TGF, IFN-gamma, IL4, 5, 12, 13)이 막 나오는데, 용어 정리에 좀 시간을 들여야했던거 같다. 

Janeway 면역학을 한국에서 보내서 읽었고, 연습문제도 처음에는 풀었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투자해야하고, 나아가야할 범위는 너무 많아, 흐름이 대충이 이해 된 다음에는 학교 Vorlesung을 중심으로 공부했다. 

쌩 기초의 시작은 Alle zellulären Betandteile des Blutes(Janeway에 그림과 표가 있다)를 완벽히 외우는 것 부터 시작 하라고 누군가 나에게 이야기 해줬다면 시간이 좀 덜 걸리지 않았을까 싶다.

#Propädeutik

진단학은 그냥 수의대 학생이니까 잘하고 싶었는데… (Anatomie 잘하고 싶은것 처럼) 말로 하는거다 보니 또 큰 장벽을 느끼게 된 과목이었다. 매주 2번의 수업을 미리 공부해 가고 실제 동물 앞에서 실습을 해야 했는데… 역시 내용이 방대하고, 어떤 동물이 시험에서 만날지 모른다는 부분과 즉각 말해야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큰 그림을 잡는게 중요한데… 나는 또 역시나 너무 세세하게 공부하려고하다가 큰 그림도 못잡고, 세세하게도 잘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매학기 비슷하지만 넓은 범위로 반복할테니 너무 실망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 Propädeutik 수업 중 가장 큰 이슈는 사실 MKS, Mund Klauen Seuche 구제역)였다. 베를린 옆 주 인 브란덴부어그에서 물소가 MKS에 걸려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독일은 몇 십년간 MKS가 없었다고 했다. (1988년도 브란덴부어그 주에서 있었고, EU에서 조차 불가리아에서 2011년을 마지막으로 없었다고 한다. 참조) 갑자기 MKS 양성으로 MKS와 관련된 교수, 박사들이 공부를 했지만 실제 발생하리라 생각되지 않는 병으로 학교가 떠들썩 했다. 

직접 동물과 접촉해야하는 진단학 수업이 그로 인해  한 번 취소가 되었는데, 그 후로는 계속 코로나 때처럼 일회용비닐로 몸을 두르고 난리였다. 바이러스 균이 어디에서 유입된 것인 지는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MKS 발견 다음날 바이러스학 수업이 있었는데, 영국과 한국이 가장 먼저 독일 육류 수입 제한을 걸었다는 말을 했다. 저기에서 왜 한국이 나오나 했는데… 우리나라와 영국 모두 구제역으로 경제적 피해를 본 나라라서 그렇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구제역에 대해서 좀 찾아보다가 많이 울었다. 우리나라는 올해 3월에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또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죽어나가야만 했을까. 수의학 공부한다고 하면서 너무 많은 부분을 모르는 것 같아 조금 부끄러웠다.

# Ethologie, Tierschutz

1학년 때 배운 Ethologie와 4학기 때 배웠던 Tierschutz를 한꺼 번에 보는 시험이었다. 

Tierschutzgesetz는 확실히 보고 이해하고 싶어서 한국어로 찾다가ㅋ 외국법제 조사원이 법제정보 공개한 게 있어서 찾아서 심심할 때 읽었는데… 읽어보는걸 너무 추천한다. 웬만한 독일어 보다 더 정리가 너무 잘되어있다. 주현경 외국법제조사원에 너무 감사하다. 추가 된 내용과 세세한 내용은 독일어로 보면 되고, 이 걸 기초로 구조잡고 이해하면 쉽다.

참고 > 독일연방 동물보호법 운용현황 및 처벌수위(바로가기)

# Tierernärhung

4학기 Futtermittelkunde와 5학기때 Tierernärhung Vorlesung과 Übung 때 배운 내용을 시험본다. 이게 양이 꽤 많아서 일주일 동안 갑자기 본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배울 때 조금 지루해서 덜 듣는 경향이 있는데… 결국 많은 애들이 이 시험을 다음학기로 미룬다. 

다들 수업시간에 안듣는 경향이 좀 있는데, 수업시간에라도 노트를 많이 해두면 도움이 많이 된다는 이야기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시험보고 받은 코멘트가 너가 공부한거 알겠는데… 하나하나 꼬치꼬치 물어봐야 대답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느끼기에 나는 (한국어로도?) 되도록 압축해서 짧게 말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거다. 친구랑 설명하는 연습을 조금 해야할 거 같다. 

#Tierhaltung u. Hygiene

다행히도 2년 전 쓰기 시험으로 바뀐 과목이지만, 5학기 공부 중 이 시험 준비가 가장 하기 싫었던 거 같다. 마지막 시험이었던 것도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면 재미가 조금 없는 과목이었다. 또 Tierernährung 보고 4일 뒤에 본 시험이라서 시간도 너무 없었다. 

필기 시험이지만 MC는 거의 없고, ja/nein 아니면 주관식이었고 60문제인가? 였다. 2년전 쓰기시험으로 바뀌어서 Altklusur도 없고, 문제 길이가 너무 길어서, 1시간 반 시간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다 읽으니 시간이 3분인가 남아서 황당했다. 

친구들이랑 시험끝나고 카페를 갔는데 다들 떨어질 듯.. 다음에 다시 봐야지 뭐… 가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쓰기시험의 경우 대부분 시험 시간 끝나기 전에 많이 나가는데… 아무튼 이 시험은 시험 끝날 때까지 자리에 다들 앉아있는 어려운 시험이었다. 다른 수업이 너무 많아서… Tierhaltung, Tierhygiene는 수업을 다들 안가는데… 교수님들의 복수인 것만 같았다. ㅋㅋ 말하기 시험이 아닌거에 너무 감사하다.

그래도 시험준비를 하면서 평소에 궁금했던 내용을 조금 알 수 있긴 했다. 예를 들어 반려견을 기르고 싶은데 시작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양이도 등록을 해야하는지 등. 이건 다시 정리해두려 한다.

#Kl. kuratives Praktikum

 Propädeutik에 합격한 사람만이 5학기 끝나고 실습을 할 수 있다. 나는 집앞 5분 거리의 작은 동물병원에서 실습을 했는데 개인사업자로서 수의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보았다는 것에, 그리고 나는 몇 년 뒤 어떤 일을 해야 할까에 대해 생각한 데에 큰 의의를 둔다. 

친한 친구 2명은 Klinik에서, 다른 한 명은 나처럼  동네 작은 병원에서 실습을 하기로 했는데.. 어땠는지 6학기가 시작하면 이야기하기로 했다. 친구들 이야기를 듣고 나서 6학기 끝나고 실습을 어디에서 할지 정해야겠다.

내가 실습을 하면서 대부분이 예방접종이었고, 수술은 고양이, 개 Kastration, Zahnstein 제거 그리고 Notfall로 온 Dyspnoe 고양이 등에 대한 처치였다. Widderkaninchen도 왔었는데 Handling하는걸 새로배워서 재미있었다. 

몰랐던 것 중에 하나는 Verhaltensänderung의 이유로 방문하는게 꽤 있었다는 것과 음식알러지가 꽤 많았다는 거였다. 또 코코넛오일을 먹여서 Entwurmung을 한다는 둥, Barf(Raw feeding)를 한다는 둥 뭐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어서 좀 놀라기도 했다. 

나에 대해서 새로 알게된 것은 내가 현미경 보는걸 좀 좋아하는 것 같다는 거다. 날씨가 좀 풀리니 Zecke로 인한 방문이 지난주에 늘어났다는게 신기했는데, 내가 Labrador를 잡고 있다가 아직 물지 않은 Zecke를 털에서 발견해서 강아지주인은 돈을 더 내야만 했다. Tierärztin이 못 찾은 Ohrmilben도 현미경에서 발견하고 Schnellfärbung도 자주 했는데… 다음학기에는 현미경으로 보는 거 좀 더 배우면 좋을 거 같다.

개인적으로 기억하고 싶은 공부에 관련된 것

수의학 공부를 하면서 신기한 것 중 하나는 처음에는 각기 놀면서 이해안가 던 것들이 나중에 연결되면 잘 이해된다. 처음에 하나하나 너무 자세하게 보다가 양에 눌리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크게 대충 다보고 그걸 반복해야한다. 반복하면서 세세하게 들여봐야 한다. 이해 안 가도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우선 다 봐야 한다. 그게 중요하다. 많은 과목이 그런거 같다. 

어디 선가 법대생공부법에서 처음에 차례를 많이 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많은 과목들의 내용이 5학기에는 처음보는거라서 차례보는건 사실 의미가 잘 없고 몰라도 계속 듣고, 감이 오면, 차례보고 이어야 한다. 중간 지나면 그렇게 되는거 같다. 그리고 그 구조가 머리 속에 들어와야 진짜 그 과목 공부 시작인 거 같다. 공부방법이 달라져야 됨을 이제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