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학사 졸업이 어렵다고 들었다.
한국은 대학 들어가기가 어렵지, 어느 학교든 졸업이 어렵다고 들어본 적이 없다.
개강 3주가 지나간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역시 독일 학사 졸업이 어렵다’고 말하고 다닐것인가.
‘과연 나는 1학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인가’
아, 한국어로 배우고 싶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가장 큰 감정은 ‘아, 이걸 한국어로 배우고 싶다’ 이다.
사실 나는 다른 학생들보다 적은 과목을 수강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촉박하다는 압박감이 많이든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것일까? 외국인이라서 그런것일까? 한국 대학 다닐 때에도 그랬었던가? 생각해본다.
내가 지금 듣고 있는 과목은 물리, 생물, 화학, 수학, 라틴어, 역사 등등 자잘자잘하게 10과목 정도 듣고 있다.
시험은 물리, 생물, 화학만 본다. 다른 과목 들도 알아두어야 하니 듣고는 있는데 다른 애들에게 물어보니 시험보는 것만 듣고 안 듣고 있다고 한다.
처음 2주간 생물을 어떻게 받아들어야할 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모르는 단어가 99%로 가득차 있는 PPT가 기본 50장인데, 생물은 일주일에 3번 온라인으로 듣는다. 다음주 내용을 보니 수업 당 PPT가 100장이 넘어가는 거 같다. (일상에서 전혀 필요없는 생물 단어들)
물리와 화학, 수학은 아직까지는 한국 고등학교 수준에서 조금 더 나가는 거 같다. 하지만 나는 20년 가까이 물리, 생물, 화학, 수학을 하지 않았으니 기억을 끄집어 내기 바쁘고, 이것 또한 독일어가 문제다.
요즘의 한국 고등학교 졸업자라고 하면 처음 1학년 과목을 쉽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나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곧바로 왔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괜히 쓸데 없는 생각하고 있구먼’ 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개강 1주의 기억
첫 날 학교에 가서 anatomie, anatomie übung, histolgie, histologie übung을 듣고 두통으로 몸져 누었다. 내가 분석한 나의 문제는 우선 사람 없는 곳에서만 있다가 강의실에 200명 가까이 아침부터 오후까지 마스크 쓰고 있으려고 하니 죽을 맛이었다. 이건 독일어 학원에 갔을 때도 그랬다. 두통.
두번째는 독일어도 이해 못하는데 라틴어가 웬말이니? 일주일 해보고 학생처에 전화해서 나는 아이가 있고 이해도 못하겠고 천천히 하고 싶다고 했더니 anatomie와 histologie 과목을 빼라고 했다. 예과 2년은 그렇게 3년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사람 많은 데를 1년 뒤로 미루니 조금 살 것 같다.
내가 지금 듣고 있는 과목은 사실 내가 공부하는 학과에서 (선배들의 말에 의하면) 크게 중요한거 같진 않다고 한다. 정작 취소한 Anatomie와 Histologie가 중요한 과목이지만, 우선 1년은 아프지 않고, 공부하기, 익숙해지기를 목표로 정했다.
자잘한 일
독일에서 같은 공부를 하는 한국인들을 온라인으로 알게 되었다. 많이 활동적이진 않은 것 같다. 비슷한 느낌의 사람들이다. 그래도 독일에서 같은 공부를 하는 한국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