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장소는 우리가 살고 있는 베를린이다.
우리는 베를린에 7년 째 살고 있지만 여전히 베를린 3대 커피도 못 마셔봤고, 다른 곳에 운전해 갈 에너지도 없으니, 차라리 여행 온 것처럼 베를린이나 여행 해보기로 했다. 익숙한 베를린을 낯설어 하면서 말이다.
우리 가족 모두 휴가니 공평하게 음식은 무조건 밖에서 사 먹기로 했고,
인터넷은 되도록 하지 말자고 했다. (아쉽게도 후자는 좀 안 지켜진거 같다.)
서울도 동네마다 느낌이 다르고, 맛집이 퍼져있는 것 처럼 베를린도 동네마다 느낌이 다르다. 베를린에 온 첫 해는 이 곳 저 곳 다닌 거 같은데, 요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 근처만 돌아다닌다. 오래 간 만에 간 Neukölln은 더 낯설어지고, Kreuzberg, Alexander platz 근처는 영어로만 주문을 받아서 당황하기도 했다. 여행 느낌이 물씬 났다.
휴식하고 싶은 때가 있다면 또 이렇게 휴가를 보낼 거 같다. 일상과 겹치지 않게 익숙하지 않은 일들을 하며 휴식을 하는 것도 괜찮은 휴가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싶은 정도로 엄청난 여유도 생겼을정도니까.
전 날까지만 해도 Slovenia를 갈 것인지, Croatia를 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하지만 일주일정도에 3000유로 이상을 써가며 비행기를 타고 왔다 갔다 하기도 싫고, 장거리 운전은 더 싫었다. 보나마나 뻔한 휴가 휴유증을 앓기 싫었다.
오롯이 일상과 다르게 쉬고 싶었다. 일단 예산은 3명이 총 1000유로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