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3년도 독일 수의대에 입학 예정인 분이 내게 이메일로 문의 한 적이 있다. 나도 입학 전, 1학년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궁금했었다. 혹시 미래에 독일 수의대에 입학 하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아, 그 분에게 이메일로 답장 한 글을 이 곳에 남겨 둔다. (* 단, FU Berlin 수의대에 대한 내용이라는 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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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대학에서 학점을 잘 받으셨으니 독일에서도 잘하실 수 있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이과 쪽 공부를 하셨으면 1학년은 쉽게 시작 하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들은 1년을 대략적으로 설명 드릴테니, 무엇이 필요할 지는 직접 판단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1학년 때 들은 과목 중 중요한 과목들을 꼽자면, Zoologie, Botanik, Physik, Chemie(organik, anorganik), Biochemie, Terminologie, Anatomie, Histologie 등등이 있습니다.
Zoologie
Zoologie는 양이 많습니다. 전체 4파트로 이뤄지고, 전공 교수가 나눠서 설명합니다. 수의학과 교수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과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들었습니다. 시험은 학기 말에 한 번 보고 끝납니다.
Botanik
Botanik은 1학기 2학기에 나눠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Zoologie와 마찬가지로 4 파트로 나뉘고 각자 교수가 본인파트만 4주에서 6주씩 합니다. 1학기에 Zoologie와 같이 기말시험만 봤습니다. 그리고 1학년이 끝나고 2학기에 배운 내용까지 합쳐서 전체 시험을 치뤘습니다.
Physik
Physik은 생각보다 많이 나가지 않지만, 많은 독일친구들이 어려워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이과를 나오셨다면 어렵지 않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때 배우지 않은 유체역학을 배우긴 하지만, 하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Chemie
Chemie는 1학년 1학기에 anorganik, organik 2파트로 나뉘어서 다 배우고, 2학기에는 실험 수업을 합니다. 실험을 하고 보고서를 써야합니다. 저는 anorganik은 열심히 듣고, organik은 듣지 않았는데, organik을 수업시간에 잘 들어두시면 Biochemie 수업에 많이 도움이 됩니다.
Biochemie
Biochemie1 는 2학기에 Biochemie2는 3학기에 배웁니다. Biochemie 1은 시험의 연속 입니다. 한학기 동안 4번의 쪽지시험을 봤습니다. 독일에서는 3번 시험 기회를 주는데, 보통 기말고사의 경우 아프다고 하면 시험을 미룰 수 있는데, 수의대는 아닙니다. 쪽지시험 패스 못하면 내년에 다시 들어야 하고 다시 시험 봐야합니다. 그러니 무조건 한 번에 붙어야한다는 생각으로 시험을 보셔야합니다.
Terminologie
Terminologie는 라틴어용어 규칙을 배웁니다. 새 언어를 독일어로 배우는 것이니 이것도 재미있습니다.
Anatomie & Histologie
Anatomie랑 Histologie는 저는 다음 학기로 미뤘습니다. 이미 블로그에 밝힌 것 처럼 라틴어도 처음이고, 오랜만에 공부하는 거라서 천천히 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전 저한테 잘 맞는 선택을 한거 같아요. 하지만 제가 아는 분은 6년이 너무 긴 시간이라 빨리빨리 다 해치워버리고 싶어서 다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방법인거 같아요.
그 외도 동물행동학, 역사, 직업탐구, 통계, Tierzucht, 선택과목 등등 많이도 들었네요;;;;;;
Vorkurs
저희 학교에서는. 참고로 Vorkurs같은건 없었습니다. 학기 시작하고 선택과목 중에 수학, 화학의 이해의 과목들이 화학, 물리과목을 이해하는데 준비를 시켜주긴 했습니다. 고등학생 때까지 이과였으면, 사실 선택 과목들은 너무 쉽게 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수학을 못하나? 놀라기도 하지만 잘하는 애들은 잘합니다.
제가 학기 시작 전까지 조금 휴가를 가지는 걸 추천 드렸죠? 독일에 오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다면, 코로나 때문에 혹은 독일어 시험 때문에 유럽 여행도 별로 못 하셨을텐데… 학기 시작하면 휴가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적습니다. 미리 선물 주시면 그 힘으로 공부 시작하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아, 제가 느끼기에 2학년까지 뭔가… 공부 안할거면 하지마 라는 압박이 느껴질 정도로 공부 안하면 안되게 느껴집니다. 작년에 제가 입학했을 때 동양인은 저혼자 뿐이었고, 외국인들의 대부분은 유럽애들이었습니다. 외국인들은 시험에서 많이 떨어지고, 미루고 하다가 스스로 그만 둔 애들도 봤습니다. 하지만 저 처럼 나이 많이 많은 사람도 했는데, 분명히 잘 하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절대 시험 미루시지 마세요. 뒤에 남은 시험이 정말 많습니다.
혹시 고등학교 문과 학생이셨다면 고등학교 화학 1만 알고 와도 도움이 됩니다. 그 외에는 학교 시작하고 계속 공부하시면 됩니다. 한국 대학 때처럼 시험 전에만 몰아서 공부하면 그렇지 않아도 재미없는 독일생활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으실 겁니다. 그냥 계속 공부하시면 또 잘 따라가실 수 있을 거에요.
너무 길게 썼네요.
저도 작년에 궁금했던 내용들이 많았었는데, 조언을 받을 곳이 없어서 불안 했습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독일오리.
참고 FU 베를린 1학년 2022/23, 2021/22 1, 2학기 시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