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생활 블로그

3학기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 난 시험 끝.

2023-02-10
Fu 수의대 1학년 2학년 전공 과목은 거의 Koserstr.에서 수업을 듣는다. 비교해부학 수업을 들으면 Conde가 누군지 알게 되겠지..

3학기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

이번 학기 봐야할 시험은 다 끝이 났고, Physikum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학기는 1, 2학기와는 또 달랐다. 시험 위에서 나는 칼춤을 추고 있다.

시험에 대해서만 보자면…

자.. 이번학기 몇 번의 시험을 봤던가… Biochemie만 5번의 구두 시험이있었고, 3번의 테스트가 있었다. Anatomie는 3번 구두시험을 봤고, Histologie는 마지막에 한 번에 Abschlussprüfung으로 봤다. 아이쿠야… 12번 봤네. 그 중 두 번은 같은 날 두 개 과목을 시험을 봤다. 한 번은 Anatomie와 Biochemie, 한 번은 Histologie와 Biochmie. 이건 내가 1학년 1학기에 Anatomie와 Histologie를 듣지 않았기에 생긴 일이니, 누구에게 불평을 할 수 없다.

나는 일희일비하는 사람이니까 (남은 학기와 시험들이 엄청나게 많지만) 우선 오늘은 수고했다고, 스스로에게 기분 좋게 칭찬하고 싶다.

올해는 눈도 참 많이 온다. 감기 걸리기 싫어서 작년에는 차로만 다녔는데, 이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이 곳이 Koserstr..
FU 수의대를 졸업한 독일인 친구를 알고 있는데, Koserstr.에서 수업을 받는다고 하니 본인도 30년 전에 이곳에서 수업받았다며 눈빛이 아련했다.

Biochemie 2

지금은 조금 괜찮아졌만, 사실 이번 학기 시작은 씁쓸했다. 3학기 시작하자마자 생화학 Praktikum 구두 시험이 있었는데 떨어지면서 시작했다. 공부를 하긴 했는데, 독일에서 구두시험은 처음이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당연히 시험에서 떨어졌고, 교수님은 나를 따로 불러서 ‘너 독일어 더 잘해야돼.’라고 했다. 이미 나도 잘 알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그렇게 말해주니 내 마음이 더 아팠다. 3개월이 된 지금도 그 때의 시험 상황과 교수님 얼굴이 떠오른다. 정말 굴욕적이었다.

Physikum 준비를 충분히 해서 Biochemie 시험의 굴레에서 좀 벗어나고 싶은 뿐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Biochemie Testat은 호텔에서 본다. 조금 웃기지만, 학교 안에 호텔이 있는데, 그 안에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컴퓨터 실이 있다. 요즘에 우리학교의 우리 과의 경우 컴퓨터로 시험을 많이 바뀌는 추세인데, 독일에서 공부를 할 예정이라면 미리 독일어 자판기을 사고, 집에서 항상 독일어 자판에 익숙하게 연습을 해 두는 편이 좋다.

Anatomie 1과 Histologie 1을 드디어 들었다.

처음 입학해서 Anatomie 1 첫 수업을 듣는데, 독일어도 잘 안들리는데 리틴어 용어를 말하는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Anatomie와 Histologie를 1년 뒤에 하기로 미루고 우선 Terminologie 수업을 열심히 듣기로 했다. 다른 애들은 보통 Terminologie 공부를 하지 않는데, 어차피 나는 알아야 되는 일이니 작년에 최대한 부지런히 했던거 같다. 라틴어의 규칙들 중 많은 부분이 머리에서 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올해 수업을 들으며 더 이상 용어들이 작년 처럼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anatomie 1

지금 생각해보니 1학년 1학기 동안 이미 개의 머리 부터 발 끝까지 뼈부터 근육, 신경, 관절, 혈관, 내부기관까지 한 번 다 배웠다는게 나는 너무 놀랍다. 나는 사실 외우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이라서 남편이 강력 추천한 약대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나는 왜 수의대도 외우는게 당연히 많을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매일 무언가를 외우면서도 내가 뇌 신경과 머리뼈와 구멍들을 단 며칠 만에 다 외울 수 있는지도 몰랐다. 생화학때문에 또 많이 잊어 버렸을텐데.. 생각날 때 마다 봐야겠다. 또한 개와 고양이 시체를 보는게 일주일 지나니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아 익숙함은 참 무섭구나싶었다.

시험은 구두시험이고 한 테마에 대해서 설명하면 된다. 중간중간 부족할 때 교수가 질문을 한다. 테마를 주는 방식은 교수마다 다르지만 제비뽑기가 많았다. 제일 처음 본 구두시험에서 나는 외국인이니까, 조금 쉬운 테마를 주지 않을까 기대도 했는데… 그렇진 않았다. 첫 시험은 제비뽑기가 아닌 무작위로 교수님이 주제를 줬는데 나는 모두가 싫어하는 테마인 Plexus brachialis가 주어졌다. 근육마다 신경을 외우긴 했어서 교수님이 물어보는 근육과 신경 이름을 말했더니 통과시켜줬다. 차별이 없다.

histologie 1

Histologie는 감을 잡는데 시간이 좀 걸렸던거 같다. 현미경으로 보는 것과 전공책 그리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사이트에서 세포들이 뭔가 다 다르고, 구분하는게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초반에 감을 잡기 위해 한국 조직학 강의를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한국은 이론을 먼저하고 현미경으로 보는 걸 하는지 조금 다르다고 느껴졌다. 우선 이번 방학에 보는 Physikum 끝나면 다시 한국 강의를 보면서 비교해봐야겠다.

Epithel이랑 Haut하면서 찍은거 같은데… str.lucidum이 실제로 현미경에서는 뭔가 빛나는 느낌을 보이는 걸 기억하려고 찍었는데…
너 stark verhorntes plattenepithel이 맞니? str. corneum이 뭔가 벗겨지는 느낌이 없냐…

3학기를 하면서도 여전히 느끼는 것은 전반적으로 내가 공부하고 노력한 시간에 비해 내가 이해한 내용은 확실히 적은 느낌이 든다. 한국어로 이렇게 공부하면 지금보다 더 잘했을 거 같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게 독일어로 인해서 그런 건지, 나이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다행인건 내가 지금 새롭게 공부하는 이 학문이 재미있다 거다.

아주머니, 지치지 말고 꾸준히 하세요. 많이 쉬었으니, Physikum 준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