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드디어 날씨가 좋아졌다. 그냥 좋다.
이렇게 날씨가 (삶에 이렇게나 지대한 영향을 끼쳐) 중요하다는 걸 모르고 살았던 30년 간의 세월이란, 어떻게 보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삶 이었다.
마음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냥 하면 되면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놀았다. 그냥 놀았다.
오랜만에 전화로 수다 떨고,
옆 집가서 같이 음식 만들어 먹고,
베를린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집을 2년 만에 가서 먹고,
꼬맹이를 위해 2유로나 되는 간식을 구입하는 사치를 하고,
세차도 하고,
또 밖에 나가서 놀고.
이건 그냥 휴가 였다.
집에 있었는데 휴가를 다녀온 듯한 느낌은 코로나로 인해서 바깥 생활을 못 했다가 그래도 조금이나마 하고 싶은 일상 비슷한 것을 누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5월 이면 보통 좋아지던 날씨가 6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좋아졌기 때문이었을까.
날씨만 좋아져도 그냥 좋아하는 나는 정말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