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생활 블로그

16년 11월 넷째주

2021-05-06

28th November 2016,

 

 

# 우리 이 때까지는 최고의 날이었는데… 아냐. 아들아,우린 항상 최고의 날을 보내고 있어.

 

# 독일에서 두 달. 이제 조금 적응이 되려고 하나?

 

# 이번주에는 특히 많은 일들이 있었다.

 

# 독일어 테스트

그렇게 마음에 들지않는 유치원에 아들을 맡기고 학원을 다니고 싶지는 않아서, 같이 VHS를 가기로 했다.

유치원에 맡기고 독일어학원을 오가는 시간보다 학원으로 같이 출퇴근하는게 나아보였다. 그리고 이번주 월요일에 드디어 레벨테스트를 받았다.

그런데 내가 아들와 과연 학원을 다닐 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든시간이었다. 아들은 칭얼거리지 독일어로는 말해야하지, 테스트 봐야지. 대충 보면 알텐데 그냥 A2.2 시험때보다 더 길게 테스트를 했다. 예약을 하고 갔는데도 사람들이 많아서 한참 기다렸고, 테스트까지 다 보고 나오니 자리가 없단다. 다시 2월에 오라는 말에 정말 주저 않아 울 뻔했다.

결론적으로 아들 Kinderbetreuung에 맡기는 것까지 다 OK를 받고 집에 왔다.

아침 10시에 출발해서 오후 5시에 집에 오는데 어떻게 왔는지도 기억에 나지 않는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그 날 저녁은 식사를 차릴 힘이 없을 정도로 두통에 시달려서 라면에 타이레놀을 먹고 누워버렸다.

누구를 위한 것일까나. 할 수 있을까나.

 

# Notfall

아들과 단 둘이 Zoo에 간 것은 분명 아들을 위한 것이었다.

사람이 없으면 좋을 것 같아 오픈하는 10시에 간 것도, 좋은 날씨도, 모든 것이 완벽한 날이었다.

남편과 갈 때처럼 아들이 좋아하는 아쿠아리움의 가장 깊숙한 곳에 앉아 있기도했다. 그곳에서 아들은 어느 유치원 선생님한테서 과자를 받아먹으며 신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 댄스 동영상을 찍고 있는 10대 소녀들에게도 “Süß”를 연달아 들으며 이쁨을 받기도 했다.

 

이제 나가려고 하는데, 이쁨을 너무 받아 흥분을 한건지 아들이 타일로 된 계단에 얼굴을 박치기 해버렸다.

바닥에 넘어져도 “괜찮아, 일어나.”라고 항상 이야기했지만, 이번에는 뭔가 울음 소리와 반응이 분명히 달랐다.

한 걸음에 달려갔지만 이미 사건이 일어난 후였다. 얼굴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여기는 동물원이니까 수의사도 있겠고, 실내니까 응급처치약이라도 있겠지’라며 단순하게 매표소 쪽으로 갔는데, 매표소 직원들이 나보다 더 당황한다. 그리고 의사가 올거라고 이야기한다. 어떻게 영어 할 수 있는 이가 한 명도 없지?

나도 이제 조금 진정이 되서 아들 얼굴을 자세히 보니 눈 옆이 조금 찢어져 있다. 아들은 곧 울음을 그쳤고 괜찮아졌는지 또 돌아 다니려 한다.

원래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라는 생각에 아들에게 “바나나먹을래?” 물어보니 격한 반응을 보이길래 바나나를 주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어디에선가 앰뷸런스 소리가 들려서 ‘설마…’ 우리를 위한 앰뷸런스는 아닐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를 위한 구급차였다.

 

황당했던 것은 구급대원들이 그렇게 급하게 오는 듯해 보이지는 않았고, 와서도 특별히 구급처치를 한 것이 없었다.

상황을 잘 듣고 피도 닦아 주지도 않고 “병원갈꺼야?” 물어봐서 “응” 대답하고 나서 구급차를 타고 엄청큰 병원을 갔다. 그리고 1시간 30분을 기다려서 드디어 치료를 받았는데, 치료를 받기전까지 피를 닦아주거나 소독을 해주거나 하지 않았다. 다행히 상처가 크지 않아 꼬매진 않았지만 내 인생 처음 구급차를 타보고 병원을 가봤다.

 

이 날도 어지간히 태양이 뜨거운 날이었는데 모든게 처음있는 일이었다.

모든 일이 수습되고 나니 내 손은 떨고 있었고 두통이 내 머리를 두드리고 있었다. 아, 두통.

 

# 겨울이라서 아들과 놀이터에 나가는 것도 춥고해서 실내에서 같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있었는데 독일 온지 2달정도되니 이것저것 보이기 시작한다. 내년 1월 부터는 아들과 나의 스케줄이 한가득 이다.

 

# 햇볕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햇볕이 기다려진다. 빨래 때문은 아닐거다.

그래도 가끔 새벽에 눈이 떠져 창 밖에 굉장히 반짝이는 별이 나를 비출 때 그 잠깐의 기분이 좋다.

 

# 이번주 내내 시달린 눈의 피로감과 두통은 곧 없어지겠지. 아마 Catastrophe라는 단어를 몰라서 일지도. 그래서 공부 할 수 있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