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생활 블로그

17년 6월 마지막 주

2021-05-15

 

# B1 시험이 끝났다.

막 시험보고 와서는 시원 섭섭한 마음에 이것저것 쓰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막 써 내려갔던 글은 이내 지우고 말았다.

 

시험이 끝나고 3일이 지나고 나서야 독일어를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험을 보고 나니 ‘어떻게 해야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무엇이 틀렸는지도 알겠다.

 

특히 자기 소개를 하면서 많이 외웠던 것은 곧바로 나오는 것을 경험하며 역시 많이 외우고 많이 쓰고 그리고 입 밖으로 내어보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한 반복.

그것만이 모든 새로운 제 2외국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법도 중요하다 당연히.

하지만 그것은 실제로 하다가 막히는 부분을 찾아보기로 하자.

실생활에서 쓰이는 단어들과 실제로 많이 말하는 대화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실행하는 사람이 장땡인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안다. 힘.

 

# 며칠간 독일 생활이 너무 힘들고 짜증났다.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고 나는 결국에 너무 바보 같았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서울짐은 몇 개월 전에 모두 정리했다.

한 번 더 생각해보니 나에게는 이제 갈 집이 없다.

갈 곳 없는 사람. 바보 같은 사람.

 

 

# 아들 이야기를 써두어야지.

오늘도, 이번달도 아들은 무지막지하게 말을 안 들었다.

 

예를들면

1. 물이 담겨진 컵을 엎는다.

처음에는 몰랐으리라하고 잘 설명하며 바닥을 닦았다.

잠시 뒤 한 번 더 물을 엎는다.

“하지말라고.” 엄마는 화가 나는데 헤노는 싱글벙글 눈누난나.

 

2. 며칠 날씨가 안 좋았다. 너무 집에만 있었던 것 같아서 오늘은 꼭 아들을 데리고 공원 놀이터를 가려던 차였다.

나가자고, 나가자고 하는데… 아들은 어디서 꺼냈는지 돌 때 한복을 가지고 눈누난나-

그 중에서도 장난으로 신겨준 버선에 빠져버렸다.

버선 벗고 놀이터 가지고 하니 “논논노-”

결국 버선 신고 장화 신고 놀이터;;;;;;

 

3.  아드님, 제가 배가 고프다고요.

이제 그만 집에 좀 가지고.

얼마나 놀았을까.

애들은 없고 햇쌀을 따갑고 썬크림은 안 발랐고.

배는 고프고.

오리도 봤고.

옆에 젊은 여자애는 괜히 우리 바로 옆에서 벌에 쏘였고.

그게 괜히 공포스럽고.

나는 집에 가자고.

집에 가자고 난리난리.

너는 “논논노-”

안 간다고 난리난리.

 

4. 집이 바로 2층인데

집에 올라가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때론 너무 지치곤 해.

내가 위에 계단에 숨어 있으면 유모차 타는 거 엄청 싫어하면서 유모차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는 너란……

 

5. 왼손에는 짐을 오른손에는 15kg이 넘는 너를 겨우겨우 들고 올라와서는 배고프다고 과자 달라고 “까까까까까-”

 

6. 낮잠은 왜 안자냐.

육아서적에는 보통 너정도 때는 하루에 14시간 이상 잔다던데. 너는 왜 잠에 있어서는 예외냐.

 

7. 어제 넘어져서 생긴 상처가 생각나서 약을 발라주니까 너도 그때서야 아픈게 생각났는지 “아야-아야-” 뒹궁뒹굴;;;

너 금방까지 공원에서 엄청 잘 놀았잖아.

 

8. 아들, 겨드랑이에 검은게 뭔가가 있는데 털이야?  뭐냐 이거.

 

# 엄마 힘들다. 아들아.

 

 

# 취향이 확실하다.

 

 

# 이제 만 9개월을 독일에서 보냈다.

잘 지낸걸까.

살아보니 해외에서 정착한다는 것은 이래저래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

내가 20대가 아니라서 그럴까.

20대 초단에 갔던 미국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미국에서도 첫 날 샤워하고 쓰러졌지 아마… 그래도 그 때 당시 미국에서 계속 살라면 살 수 있었을거 같다.

날씨 때문일까.

이 곳에서 보통 다반사인 끊임없이 오는 두통은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 아닐까.

독일어 때문일까.

혼자가 아니기 때문일까. 아니면 혼자가 아니라서 9개월도 살 수 있었던걸까.

이래저래 9개월 수고했다.

독일에서 얼마나 오래 더 살려나. 아니 더 살아보고 싶니? 여기에도 3년 법칙을 달아야하나.

 

 

# 비가 미친듯이 오는 6월 마지막주 어느날(30일)

Waldbühne에 버스인지 지하철인지 4번을 갈아타고 숲 속 어딘가로 들어갔다.

비를 맞으며 공연이 중간에 취소되는 일을 겪으며 Berlin Phil 리허설 무대를 보았다.

비를 맞으며 쓰레기 더미처럼 검은 우비를 쓰고 듣는데도 좋더라.

내년에는 남편이랑 아들이랑 같이오면 더 좋겠다.

만 9개월만에 Berlin 온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