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을 알아봤다.
그렇게 올해 7월과 8월을 다 보낸거 갔다.
구매 바로 앞까지 간 것도 있었다.
그런데 그 집은 우리집이 안되려고 했었는지 뭐가 진행이 지지리도 안되고 결국에는 그만하자는 결론이 났다.
작년 겨울이 혹독하게 추웠던 탓 이었을까. 작년 겨울에 혹독하게 아팠던 경험때문 이었을까.
휴가는 물론이고 생활의 리듬을 잃어버렸을정도로 피폐한 7월 8월을 보낸거 같다.
내 인생의 결국 집 장만은 없는게 정신 및 신체 건강에 좋을 것 같다.
# 흥이 없어졌다 라고 해야 맞는걸까. 음… 결국 하고 싶은 것이 없어졌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하려고 했던 공부도, 취미로 배우려고 했던 모든 것들도 그냥 ‘왜 하려고 했나’라는 생각이 들고 집에만 있고 싶다.
이미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는데, 더 생각 없이 집에만 있고 싶다.
주말에는 남편이 나가자고 난리이고, 평일에는 아들과 함께.
사실 아들이 자고 나면 시간이 남지만 허투루 시간을 보내고만 싶다.
남편은 자녀가 있어도 일은 하고 있으니 커리어가 계속 쌓이는 것일 터이고, 아들도 나와 평상시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 같으면서도 질적 양적으로 자라고 있다.
나와 있고 싶어하는 두 사람은 발전해가지만 나는 후퇴하는 느낌만 든다.
그래서 뭔가를 해보려고 책도 사고, 책도 사고, 책을 사도.
저녁에는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주말에는 내 시간이 더 없는 생각만 든다.
그래서 9월 부터는 학원이라도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원이라도 다니면 두 사람이 나를 놔두지 않을까.
또 다른 스트레스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지금보다는 발전하겠지 라는 생각이 또 든다.
# 사실 6월에 본 B1와 integrationskurs 시험에 합격을 했다. 그런데 나의 독일어 실력과 삶은 그냥 그렇다.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들이 내 배 안에 있던 2015년 여름이 최근 몇 년간 가장 똑똑했던 때 였던 것 같다.
# 5년 전 세계여행의 추억의 장소 Fehmarn으로 아들과 첫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다음에 갈 때에는 더 뛰어난 독일어 실력으로 Uwe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 08.July.2017
눈 양쪽에서는 모두 눈물이.
코 양쪽에서 콧물이.
알레르기인건지, 감기라서 그런건지.
자전거를 타고 오는 길 심해진다.
뭔가 가루때문에 그런 걸까하고 목욕을 시켰는데 그게 더 안 좋은거였을까.
폐가 아픈건지 기침을 힘겹게하는 아들의 상태. 내일아침에는 좀 괜찮아졌으면…
한 달 가까이 콧물과 아침, 저녁 기침이 심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이었다.
튼튼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아들 하나 키우는데 항상 걱정이다.
# 5년 전 유럽에서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했던 그날처럼.
자전거를 타고 우리는 달렸다.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뒤에 듬직한 아들 하나가 앉아있다.
바람도, 냄새도, 한국의 여름에는 느낄 수 없는 공기의 건조함도 닮았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
“우리 그 때처럼 싸구려 토스트빵에 뉴텔라를 발라먹을까?”
“꿀을 발라먹을까? 포테이토칩을 사 먹을까?”
“아냐, 무엇보다 리들을 들려야해”라고 큭큭 대며 농을 치고 있다. 얼마나 큭큭댔을까.
오르막 길 넘어 건너편 길에 마법처럼 리들이 나온다. 황당한데서 오는 즐거움이란.
독일로 온 후 이상하게 가지 않게 되는 리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때처럼 저녁이 되니 브슬브슬 비가 내렸다.
그러나 오늘 우리 셋은 지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