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November 2016,
# 프로그래머처럼 보이는 느낌적인 느낌.
# 아픈 것은 끝난 것 같다. 하지만 가끔은 잠이 너무 안오고, 더 가끔은 잠이 너무 많이 온다. 수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고민이나 걱정이 있다는 것.
나는 답을 알고 있지. 그대, 걱정이 있는가?
괜히 고민하지말고(시간은 어떻게든 지나가니) 되도록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보내도록-
# 최근 나의 관심사는 내 진로와 내 아이의 가까운 미래에 관한 것이었다. 유치원을 보내면 내 시간이 생겨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거다. 나는 몇 년간 가지지 못했던 ‘규칙적인 나만의 시간’을 원하고 있었던거다. 그래서 움직였다. 여기저기 이메일도 써봤다. 또 유치원 구경도 해볼겸 유치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유치원을 방문했을 당시는 괜찮았는데 그 날 오후에도 괜찮았는데 그 다음날 울 아들을 보다가 문득. 그 다다음날도 정말 문득. 좀 더 나중에 보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어느날 아침 창 밖 새벽부터 학교를 가는 초등학생 무리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아들이 사회에 들어가게 되는거구나. 내가 좀 더 데리고 있을까?’
무엇이 우리에게 더 좋은 선택일까. 우선 내가 알아본 모든 유치원은 자리가 없다고 하니, 당분간은 최선을 다해 울 아들과 신나게 놀아보기로. 요즘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미안하다. 울아들!
# 우리집에서 가장 잠이 많은 사람은 남편이다. 어쩔 때는 아들보다도 더 잔다. 일하느라 힘들어서 그런가? 싶다가도 한국에서도 많이 잤던게 생각났다. 반면 아들은 부지런하다. 뱃 속에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렇다. 우리 집의 동력은 아들이다. 울 아들이 없었더라면 남편은 회사에 벌써 여러번 지각했을거다. 소중한 아들.
# 2010년 벨기에 541일(1년 6개월) 무정부. 2016년 스페인 10개월 무정부.
“정부가 없으니 더 잘돌아간다,” “정부, 없는게 나을지도”
우리의 1년 4개월은 어떻게 흘러갈것인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을 시험에 들게 하는 이번주였다. 취업을 해보며 느꼈던 사회의 차가움과 폭력성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실은 막장 이었던거다. 그들에게는 세상이 얼마나 쉬웠을까.
30th October 2016,
# 이제 독일 온 지 한 달. 아들은 벌써 3번 감기에 걸리고, 나도 3번 감기에 걸렸다. 그리고 남편은 이번주에 처음으로 감기기운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주 주말은 3명이 집에서 차를 마시며 뒹굴뒹굴 거렸다. 그 덕분에 지난주부터 가기로 한 베를린동물원은 이번 주도 못갔다. 아, 그래도 공기 좋아서 좋다.
# 썸머타임이 끝났다.
오늘은 주말이라서 ‘에라-모르겠다. 안 들린다-‘하면서 아들이 아무리 눈을 찌르고 남편이 커튼을 열어 나를 깨워도 10시까지 자 버렸다.
일어나서 핸드폰 시계를 보니 ‘으잉? 8:50AM(!)’ 괜히 기분이 좋았다. (이 기분 뭐지? 나는 푹 잤는데… 뭐지 이 느낌?)
하지만 내 기분에 대해서는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다. 다만 써머타임이 끝난 것에 대해서만 말할 뿐. ‘좌기, 오늘 6시에 일어난거야?’
# 닭똥 냄새가 이렇게 지독하다니. 아들이 닭똥밭에 놀아서 알게 되다.
# Kita도 가야하고, 독일어도 배워야는데… 이번주는 뭔가 다 귀찮았다네.
# 괜한 걱정에 잠을 설치는 나에게 ‘그냥 해봐-‘ 말하면 나는 그냥 해봐야지.
# 요즘 나는 DM에서 아이템찾기에 빠져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은 성공. 당근오일, 올리브오일, pH를 중성으로 맞취주는 세안제, 오일로 염색, 국민아기크림 등. 나의 피부가 물광으로 반짝이는 그날 까지. 화이팅-
# 생리대가 비교적 저렴하고 사이즈도 굉장히 다양하다. 무엇보다 좋은 향기가 나서 여성이 격이 높아진 느낌적인 느낌이드는건 이상한가.
# 잠을 자다가 아들이 깨서 밤 수유를 하다가 창밖을 바라봤는데 굉장히 선명한 별들을 봤다. 북두칠성과 백조자리 밖에 모르는데 그 두 개는 분명히 본 것 같고 얼핏 별똥별도 본 것 같은데 이게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다. 집에 밖을 바라보는게 좋다. 누워서 바라보는 것도 좋고, 서서 바라보는 것도 좋다.
# 날씨가 따뜻해지면 캠핑도 가고 자전거여행도 하면 좋겠다. 남편과 취미를 가지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지금은 정말 심적, 육체적 여유가 없지만 곧 좋아질거다.
# 내일이면 수유를 끝내기로 아들과 2주 전부터 약속을 했다. 해낼 수 있을까? 알아듣고는 있는 것일까? 내일이면 알겠지.
# 듣고있나?
23rd October 2016,
# 독일에 온 날 부터 새롭게 느껴진 것 중의 하나는 ‘베를린에 장애인이 많은 것 같다.’라는 것. 나 혼자만 느낀 것인지 물어보니 남편도 그렇게 느꼈다고 한다. 특히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길에서 자주 봤는데, 다리가 없거나 팔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베를린에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의 수가 서울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많은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렇게 느낀 것일까.
나는 왜 베를린에 장애인이 많은 것 같다고 느낀 것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은 한 쪽 다리가 없어도 전부 휠체어가 아닌 목발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 베를린에서 휠체어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 ‘신체적 장애가 있어도 충분히 세상 밖으로 나와서 사회생활 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으니 그렇겠지?’ 라고 우선은 추측해 본다.
# 베를린에서 어딘가를 향해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구글맵을 실행하면 거의 대부분 30분이 걸린다. 내가 어디에 살든, 가까운 곳에 가든, 먼 곳에 가든 30분쯤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신기한 곳이다. 하지만 나는 아들과 항상 함께이기에 1시간 30분-
# 벌써 온 지 3주다.
한 번 더 아팠으니 벌써 2번째 감기다. 좋은 공기마시는데 왜 감기에 걸리나.
# 독일어를 공부하고 싶어 아들의 kita를 알아봤다.
바로 집 앞에 있는 Kita에 용기내어 가봤는데 사무실로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부터 자리가 없다고 한다. “waiting list에 이름을 올려달라 언제까지 기다리면 되겠니?” 말하니 평생 기다려도 못 올거라고 한다. 엥? 10개월 부터 아기를 받는 이 곳은 새학기가 되면 빈자리가 생기는데 새학기가 되면 아들은 2살이 될거고, (거의 없지만)중간에 누군가 이사가서 자리가 생긴다면 그 자리를 위한 waiting list는 이미 꽉찼다고 한다. 이 Kita는 10개월 부터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있는 곳이라서 보통 계속 다닌단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데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열심히 전화해야 할거라고.
나는 큰 마음 먹고 간 건데, 이런 방문은 그들에게 예삿일이라고 한다. 나 같은 사람이 하루에 꼭 2명씩 이렇게 찾아온다고. 독일어를 못 하는 엄마가 답답해서 독일어를 배우려고 했더니 더 답답한 상황을 알아버렸다. 독일은 기다려야지 암- 그래야지.
14th October 2016,
# 독일에 온 지 2주가 지났다.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다. 그 2주 동안 나는 입술 포진이 났고, 감기도 걸렸다. 내 덕분에 울 아들도 코감기에 걸린 지 오늘이 3일차다.
그 사이 아들은 그릇을 2 번 깼고, 침대에서도 한 번 떨어졌다.
남편은 2주 째 회사 근무와 한국에서 정리 못 하고 온 일 그리고 독일 정착에 필요한 행정적인 준비 등으로 바빠보인다.
# 운이 좋았다.
아들을 포함한 우리 가족 모두, 출발 전에 남편 취업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취업도 됐고 구하기 어렵다는 집도 한 달 전에 계약을 했다. 심지어 계약 전에 베를린에 도착했는데 집주인은 집 사용을 허락 해줬다.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독일에서 집 구하기와 직장 구하기가 해결되면서, 해야 했을 일들이 많이 생략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 명은 모두 육체적으로 힘들다.
너무 빨리 진행 되서 그런걸까? 힘든건 세 달정도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모두 힘!
# 탄생하신지 1년하고도 1개월이나 된 우리 아들은 독일에 와서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다.
한 발 한 발 떼기가 무섭게 걷는다더니 한 발 뗀지가 1주도 안 됐는데 이제 거의 서서 생활한다.
마치 원래 걸을 수 있었는데 안 걸었던 것 처럼. 그 덕분에 잠깐 세워두기 좋은데 그만큼 잘 봐야해서 이게 편해진 건지 힘들어진 건지 자웅을 겨루기가 어렵다.
# 집 문을 열면 아들은 소리를 엄청지른다. 짐작컨대 복도에서 목소리가 울리는 걸 신기해하는 것 같다.
‘아이고- 2층 아가 또 밖에 나가는 구만-‘
# 독일의 놀이터 바닥은 흙이다. 미끄럼틀, 시소 등 대부분은 나무로 만들어져있다.
친정엄마는 시골 같다고 했다. 독일 애들을 보니 방수바지와 함께 장화나 등산화를 신었길래, 아들에게도 방수바지와 장난감 삽을 사줬다.
삽질 잘하네-
# 울 아들의 발육은 남달라 놀이터에서 웬만한 독일아이 덩치에 기죽지 않는다. 다행이다.
# 이 곳은 기다림의 나라다. 진짜다. 이 기다림에 나는 ‘계산대에서 기다리는게 귀찮아서 뭘 사길 싫을 정도’가 되었다.
버스 기다림에도 지쳐서 버스 환승을 해도 되지만 30분정도의 거리면 차라리 걷는다.
아들이 좀 더 크면 자전거를 타야겠다.
# 유럽의 유모차 바퀴가 큰 이유는 대충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지고 온 콤비 f2 plus가 곧 산산조각 날 수도 있을거란 건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그래도 휴대용으로 이만한게 없다.
# 안멜둥할 때 가족 대표 한 명만 가서 해도 된단다. 이 정보가 없어서 울 아들이 힘들게 시내를 행차하셨다. 하지만 덕분에 점심을 푸드트럭에서 저렴하고 맛있게 그리고 빗 속에서 해결했다.
비자신청할 때에는 가족 모두 가야하는데, 외국인청 바로 앞은 딱 봐도 맛있어 보이는 음식점이 없다. 젠장.
# 비가 추적추적- 아기든 어른이든 비 맞는 건 예삿일이다.
그러나 오늘 날씨는 맑음.
14th October 2016,
남편에게 물었다.
“왜 우리 독일에 가기로 했더라?”
“그러니까. 모르겠어. 기억이 안나- 2015년 다이어리에도 올해는 독일에 간다고 써있던데?”
굉장히 오랫동안 준비를 한 것 같은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세계여행도 그렇고, 독일 가서 살아보기로 한 것도 그렇고, 우리는 느리지만 움직이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행동하는 우리가 좋다.
26th September 2016,
10년 뒤에 나는 과연 무엇을할까?
2015년 9월 기다리고 기다리던 울 아를 낳고, 1년이 지난 지금.
이런저런 일로 경력은 단절된 지 4년이 지났다. 우와- 나는 그 흔하디 흔한 경력단절녀다. 그래도 그냥 시작해 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 졸업과 고려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잠시 일한 경력이 얼핏 계속 뭔가를 한 것 처럼은 보이게 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이력서는 중구난방이다.
첫번째 직장을 계속 다녔다면 9년차 직장인이었거나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만.
최근 정리한 이력서는 ‘그래서 너 무슨 직업을 가질 건데?’라고 말하고 있다.
기혼자이면서 아기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동시에 내가 스스로가 매력을 느낄 수 있을만 한 직업이면 좋겠다는 욕심과 고민 끝에 ‘연구원’이라는 일에 몇 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가방 끈이 길어야 한다. 게다라 신발 끈, 실내화가방 끈 등 길어야져야 하는 모든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고려대에서 연구원으로 일 하는 동안 ‘석박사학위는 해외에서 취득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석사로 입학할 수 있을까? 아니면 3번째 학사 학위 부터 시작해야할까? (생각만해도 깊은 한숨-)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내게 새롭게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언제 시작하게 될 지는 여전히 모르지만 그래도 잘해보자-
26th September 2016,
먹을 것은 예쁘게 이렇게 이렇게 까서먹고,
진정으로, 진정으로 살아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