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생활 블로그

다이어리

germanyduck | 2021-08-28

자유대 합격 등 많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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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자유대 합격했다는 결과를 받았다.

하마터면 대학등록을 못할 뻔 했다. 어제 저녁에 연락이 왔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많은 우연들이 모여 살아가게 되는 거 같다.

어떻게든 되겠지. 미리 너무 걱정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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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우리 남편과 아들의 도움이 있기 때문이리라. 감사하다.

잘 다녀올게.

germanyduck | 2021-08-01

나에게 ‘그럴 수 있어,’ 남에게 ‘그러라 그래’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는 항상 스트레스다.
마음도 이랬다가 저랬다가 한다.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 때는 더 그렇다.

이번 경험으로 내가 다시 한 번 나에 대해 느낀 것은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너무 강하다는 거다.
근데 성향에 내가 부족하니까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남에게는 ‘그러라 그래’,
나에게는 ‘그럴 수 있어’의 태도가 필요하다.

오늘도 나를 좀 봐주자.

germanyduck | 2021-07-25

기세

 

 

‘기세가 중요하다’고 기생충에서 기우(최우식)가 그랬다.

 

처음 1년

처음 1년간은 괜찮았다. 남편은 이미 독일 출국 전 취업을 했다. 스타트업 회사라서 다른 사람보다 일은 많이 하는 것 같았지만 한국보다 적게하는 듯 했다. 그래도 덕분에 비자 문제로 걱정할 일과 고생은 없었다. 나는 아들이 유치원에 입학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가 있었고, 괜찮았다. 아침 7:30에 1살 아이와 함께 한 시간 거리를 몇 개월간 다니며 독일어를 배웠다. 토요일에는 영어를 배웠다. 2년차에는 대학원에 갈 참이었다. 가끔 마음에 걸렸던 것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몸이 아팠다는 것 뿐이었다.

 

2년과 3년차

그러다 2년차 때 아래층에 온 새로운 이웃이 아이의 낮시간대의 소음에 대한 불만을 호소 했다. 첫 불만을 시작으로 불만의 강도는 점점 세졌다. 이웃은 매일 같이 하루종일 베이스음을 높여 온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었다. 그런식으로 우리에게 보복했고, 그로 인해 나는 이명이 생겼다.

그 다음에는 우리 문을 발로 차고 난리를 쳤다. 경찰에 여러 번 신고했다. 나는 경찰에게 우리 죽은 다음에 해결할꺼나고 까지 말했다. 경찰에게 그 말을 한 당일, 결국에 이웃은 계단으로 내려가는 남편 뒤에서 발로 남편을 밀어버렸다.

이 일로 우리는 독일에서 대법원까지 갔다. 독일에 정착한지 1년 6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 일이 생긴 후로 나의 독일 생활은 우울과 불안이 치달았다. 특히 두번째해와 세번째해는 도대체 어떻게 지냈는지 거의 기억에 없다.

집에 대한 불안감으로 새집을 구할 때까지 한국에 피난을 했다. 한국에 다녀와서는 새집에서도 다시 에너지를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긴장감은 그렇지 않아도 있었을테지만, 그 일로 내 몸에서 약했던 부위는 더 약해지고 침대에 누워야 되는 날은 더 많아졌던 것 같다.

드디어 두번째 해 가을 부터 아들이 유치원에 등교하기 시작했고, 나도 독일어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같이 독일어를 배웠던 친구들과 점심을 먹거나 시간을 보내고 집에 오면 항상 그날 저녁은 두통이 심했고, 체를 했다. 단순히 몸이 약해져서라고 생각했는데, 폭력적인 사건에 휘말린 이후로 이전보다 더 커다란 긴장감을 몸에 달고 살았던 거 같다. 남편은 이직을 했고, 다시 한 번 이사를 하게 되었다.

 

4년차

나는 네번째 해에는 드디어 새로운 걸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은 유치원에 다니고, 나는 이미 C1까지 해두었다.

다들 Ausbildung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나는 네번째해에도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했다. 이유는 자주 아픈 나를 내가 믿을 수 없어서 였다. 또 나로 인해 다른사람에게 해를 끼치기 싫었다.

그리고 네번째 해에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아들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한 지 1년 6개월만에 다시 집에 눌러있게 되었다.

코로나와 아이가 집에 있음에도 네번째해를 보내고 있는 지금, 이제야 나는 조금 안정된 느낌이 든다. 새로 이사 온 집의 이웃들도 좋고, 집도 따뜻하다. 이웃들은 서로 도우려고 한다. 국적은 인터네셔널 하다.

독일어는 실생활에서 거의 안 쓰게 되지만, 내가 하는 독일어를 사람들이 이해한다. 내가 필요한 일상생활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묻거나 찾을 수 있고, 많은 것들을 알게 됐다.

 

5년차에는 나도 기세를 잡고 싶다.

다섯번째 되는 해야 말로 나는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을것 같다. 작년에 한국을 다녀왔을 때 한의사가 그랬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도 알 수 없는 마음의 병으로 아픔을 호소한다고 말이다.

작년에서야 비로소 내가 자주 아팠던 이유에 대해서 알게 된 느낌이었다. 예민한 내 성격이 한 몫 더 했을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외국에 사는 것은 그런 거 같다. 그것이 적응이라는 이름이건, 평안이라는 이름이건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우리 가족은 좀 호된 신고식을 치르긴 했지만 말이다.

이제 나도 기세를 잡고 싶다.

germanyduck | 2021-07-01

한국 여름 날씨같은 베를린 여름의 어느 날

 

베를린 어제 오늘의 날씨는 마치 작년 여름의 한국 날씨와 비슷하다.

베를린에도 장마가 있었던가? 비가 계속 오니 습하다. 베를린은 여름에도 건조해서 선풍기도 필요 없었는데, 이제 아니다.

날씨 때문일까, 예상보다 더 컸던 MRI의 쿵쾅거리는 소리 때문일까, 어제는 기분이 많이 좋지 않았다.

 

흥분되고 화가 난 나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Mindfulness, 마음챙김, Achtsamkeit

다 찾아봤지만 즉각적인 효과는 없었다.

그래서 시간을 과거로 보내는 방법 중의 가장 좋은 잠자기를 청했다.

 

  1. 주차 자리가 곧바로 있었다. 아이 기분좋다!
  2. 글은 쓰면 쓸 수록 명징(ㅋ)해지는 것일까. 나도 그렇게 글을 쓸 수 있을까?
    장강명의 ‘책, 그게 뭐라고’를 읽었다. 어떤 글은 두서 없이 쓰여있었다.
    글쓴이가 ‘쓰고 읽는 인간’에서 ‘말하고 듣는 인간’으로도 변모하려고 노력하던 과정과 고민을 한 내용이 주요하다.
    나는 쓰고 읽는 인간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또 조지오웰 ‘나는 왜 쓰는가’를 추천하던 글에서는 ‘작가는 정직 해져야 한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추석이란 무엇인가’로 유명해진 서울대 김영민 교수 글을 모은 블로그가 있어서 이전에 스크랩 해 두었다. 오래 된 칼럼 순으로 읽었는데 어떤 글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최근글들은 이미 책에서 봤던 글이다.
    이해되지 않는 글들은 잘못 쓴 글인가? 아니면 나의 읽기 수준이 낮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이 감정은 수능과 모의고사의 언어영역에서 많이 느껴본 터라 여전히 헷갈린다.
  3. 나는 우울함을 느끼고 있다. 나는 나를 믿지 못하고 있다.
    내가 외국에 살아서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내 상태가 그런 것일까? 헷갈린다.
  4. 원래 기분 좋았던 일 세가지를 쓰려고 했는데, 그것은 역시나 어제의 잡다한 생각들로 변모했다. 기분 좋았던 일… 기분 좋았던 일… 기분 좋았던 일…은 너무 햇볕만 내리던 날에서 비가 온 덕분에 시원해 진 날씨, 아침에 일어 나기로 결정하고 그것을 3일째 실천 한 나,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주차 자리가 있으면 좋다. 그리고 처음으로 혼자서 주유를 해봤다.
germanyduck | 2021-06-05

아들은 어린이가 되었다.

 

 

 

 

요즘들어 아들이 갑자기 어린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매일 보는데도 매일 갑자기 불쑥 큰 것 같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던 (나만이 아는) 너의 아기 때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영락 없이 완연한 어린이의 모습이다.

아들이 만 다섯살에서 여섯살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아기 때의 귀여움이 한편으로는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그건 영상으로 만족 해도 된다는 것을 아주 확실히(!) 안다.

 

 

 

 

남편은 아들과 아쿠아리움을 다녀오더니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아들이 많이 컸다고, 그리고 아들이 큰 만큼 복어도 많이 컸다고 말이다.

 

 

아들아, 넌 오늘 내게 아침 댓바람부터 말했지.

“엄마, 이제 나한테 뽀뽀하지마.”라고 말이야.

하지만 넌 여전히 내 무릎 위에 앉아 그 말을 했지.

“아들아, 무겁다. 내려가라.”

germanyduck | 2021-06-04

수요일은 유퀴즈

 

 

 

“엄마, 안경 낀 사람 그만 보고 나랑 놀자.”
“잠깐만 기다려! 매주 수요일은 엄마 유퀴즈 보는 날.”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유퀴즈는

나의 외국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번주 박정민 배우님 편에서 박원상 배우님과의 에피소드는 아주 짧은 장면 이었지만, 기억에 남는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다.

“내가 널 잘 아는데, 너는 잘 할거라고. 잘해라.” 말 해주는 사람.

 

공교롭게도 방송 보기 하루 전에 이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가족이 아닌 사람으로 부터 신뢰를 받고, 응원을 받는다는 일은 엄청난 일이다.

 

S 언니,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우리 둘이 초밥(나는 계란초밥) 먹고 길상사까지 걸어갑시다.

 

 

germanyduck | 2021-06-04

오늘 좋았던 일 3가지

 

내가 요즘 듣고 있는 팟케스트에서 오늘 좋았던 일 3가지를 글로 써보라고 자주 언급 하길래 오늘은 왠지 써보고 싶었다.
오늘 겪은 안 좋았던 일이 더 먼저 생각이 났지만, 좋았던 일을 다시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곧바로 알았다.
왜 좋았던 일을 쓰라고 하는지.

 

 

오늘 좋았던 일 3가지

1. 피아니스트 조성진 콘서트 우연히 예매

 

2. 운전 중 사람이 건널목을 지나가려고 하면 zebra 선이 아니라 하더라도 기다린다.
50 % 사람들은 그걸 당연 시 여기고, 50 %는 고맙다는 표시를 한다.
오늘은 할아버지가 ‘엄지 척’ 들어주는데 그게 뭐라고 기분이 좋았다.
나도 다음에 그 상황이 되면 ‘엄지 척’을 해볼까 한다.

 

3. Aldi 슈퍼마켓 점원이 너무 불친절했다.
어린이에게는 친절한 독일인데, 이 점원은 예외 였다.

 

아들이 스티커를 모으는 Sammelspass를 달라고 하니, 그건 사는거라고 했다.
내가 안다고 달라고 했다.
아들이 또 스티커를 달라고 하니 10유로 이상 사야지 주는거라고 시큰둥 대답을 했다.

 

일상적인 대화이지만 작은 태도와 행동에서 느껴지는 퉁명스러움은 일반적으로 어린이에게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하지만 5년 정도 되는 짬빱에 이런 사사로운 일은 무시한다.
한국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괜찮았다.

 

지난 주에 Aldi에 왔다가 한 친절한 점원은 물건 바코드 찍기 전부터, 아들이 말하기도 전에 스티커를 3개 정도 줬다.
(아마도 이 프로모션 시작하는 날이라서 그런 거 같다.)

 

Aldi에서는 장을 잘 보지 않는데, 스티커 받을 길이 이제 없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영수증 체크를 하고 있는 사이 였다.
우리 상황을 보고 있던 손님들은 안 괜찮았는지, 젊은이 할머니 할 것 없이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무려 4 명의 사람에게서 아들은 스티커를 우루루 받았다.

 

아들에게도 좋았던 일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Glückspilz!

 

나는 아들 덕분에 Sammelspass에 대해서 알았으니 좋은 일이다.
‘아니 왜 이런 걸, 왜 돈주고 사는거지?’라는 생각,
‘이 안에 든 160개의 스티커를 다 모으면 뭘 주나?’ 싶었는데 책 어디에도 그런건 쓰여져 있지 않았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보며 좀 알아보니 그냥 스티커를 모으면 재미있으니까 하는거 였다.
결국 포켓몬 빵이랑 비슷한 건데, 포켓몬 빵 스티커를 모을 수 있는 책을 판매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도대체 이걸로 뭘 하는건지 몰랐는데 대충 알게 되었으니 나에게는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