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생활 블로그

다이어리

germanyduck | 2021-05-16

2018년 2월 중반. 힘들다.

# 내 인생 최고의 위기.

2018년 1월 한국에서 돌아온 지 7주차.

새해부터 몸살 감기로 크게 아픈 걸 시작으로 2018년은 이 곳 저 곳에서 이상하게 스트레스 받을 일이 생긴다.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 이상한 이웃의 등장.

한국에서 온 날, 우리집 아래층으로 저녁 이사를 한 그들은 젊은 대학생이다.

감이 먼저일까, 배가 먼저일까. 그들은 우리집 소음에 이사온 첫 날 컴플레인을 걸어왔다.

아기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럴 수 있다 싶어서 굉장히 미안했고, 긴장했다. 젊은 남자이고 궐궐궐 말하는게 무서웠다.

 

며칠 뒤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물어보니 잘못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우리가 내는 소음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으며 긴장하고 살았다.

내려가는 길에 마주치진 않을까? 우리 아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바닥에는 매트를 구입해서 깔아 놓았고, 아들에게 굉장히 많은 주의를 주었다.

그런데 그들은 사실 이사오는 날부터 낮에는 이상한 일렉트로닉인지, 비트인지, 랩인지 모를 음악을 틀어 놓는데 그 진동이 내 머리를 울리게하고 굉장히 짜증을 유발했다.

7주를 이렇게 살아보니 정말 딱 죽을 맛이다. 병원에도 가고 이 곳 저 곳에 물어봐도 답은 이상한 얘들이라는 답변 밖에 없다.

 

똥은 피하는 것이 나을까. 정면 돌파가 나을까.

오늘은 남편이 컴플레인을 하고 왔는데 낮에 음악 트는 것이 문제없다며 더 난리라고 하길래 우리집 바닥에 깔아 놓은 매트를 다 치웠다.

남편이 열 받아와서 더 난리 난리.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 이 곳에서 살아야 할 날은 8개월 이상인데 말이다.

그래도 한 오라기 희망인 것은 그들은 겁쟁이라는 것이다.

밤 10시 이후에는 소음으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데, 일부러 노래를 그렇게 크게 켜놓고 10시 이전에 딱 노래를 끄더라.

경찰서에는 가고 싶지 않은가 보니 우리에게 해꼬지 하진 않을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이 글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려나. 한국 가는 비행기 표를 구입한다고 몇 번이나 쳐다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일은 아쿠아리움이나 가야겠다.

 

  • 유치원의 이상한 대응.

너는 또 왜 답변이 없니. 이번주에 유치원 보여주고 결정하기로 했잖니. 왜그래.

내가 한 달 전 부터 이메일 보냈는데 이메일에 ‘아니 안돼’  ‘돼’ 답변 간단하게 보내주면 되잖니. 왜그래… 기운빠지게.

 

  • 모델하우스 담당자의 태도.

너는 뭐야.

우리가 정신없게 한 건 알겠어.

근데 눈 안쳐다보고 이야기하고 약속 이상하게 잡고 계속 내 탓이라고 말하는 건 좀 우습잖아.

미안하다 하면 끝날일인데…

 

 

# 23.02.2018, superorganism 공연

마음이 안 좋을때는 이런 것들도 재미가 없다.

germanyduck | 2021-05-16

18년 1월 중간.

# 신기하게도 심각했던 두통은 줄었다.

그 이유가 독일의 날씨가 덜 추워서인지, 한국에서 받고 온 침 치료 때문인지, 독일어 학원을 당분간 가지 않아서인지 모르겠다.

마지막 이유가 아니면 좀 좋겠는데… 왜인지 마지막 이유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단순하게 하고 싶은 일이 갑자기 생겨서 알아보고 있다.

나 아닌 누군가가 해줬음 좋겠는데, 안 하길래. 예상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보고 싶어서 알아보고 있는데… 잘 되었으면 좋겠다.

잘 된다는 의미는 아주 많이 많이 팔아서 라기보다는 내 인건비가 나오는 정도면 좋겠다. 그리고 오래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 아들의 배변훈련은 아주 잘되고 있다.

이제 카카라고 이야기 하고 카카를 놓고, 쉬는 바닥에 놓지 않는다.

아들, 너 몇 살이니. 태어난지 며칠이 되었는지 기억하던 때가 있었는데… 만 2살이라는거 밖에 모르겠다. 곰곰히 생각해보자. 음.. 넌 지금 29개월이다.

 

 

# 너는 이제 노래를 제법 부른다.

타요노래 ‘나는 나는 포크레인~’에서 ‘나는 나는’ 부분만 한 6개월 부른거 같다.

그랬던 네가 이제 포크레인까지 부른다.

여전히 공사장의 모든 것들에 환장하고 좋아한다.

숨바꼭질을 좋아하는데 아직 오랫동안 숨지 못한다. 그리고 머리만 안 보이면 네가 안보일거라 생각하더라.

너 귀여워.

germanyduck | 2021-05-16

2017년 끝과 2018년 시작

 

# 어떤 마무리로 2017년의 끝을 내고 어떤 다짐으로 2018년을 시작하는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의 시간은 그냥 갔다.

9개월만에 다녀 온 한국은 기대했던 것들과 달리 처.참.하.게. 나에게 몸살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불편은 불편을 낳았고, 아무도 나쁘지 않지만 나는 아파버렸다.

그렇게 지난해와 새해는 침대에서 끙끙 지나가버렸다.

 

# 독일에서 아기들에게 잘 꼬집히는 우리아들, 한국에서도 장난감을 사수하다가 또래아이에게 맞았다.

독일에서는 얼굴이 달라서 잘 꼬집혀오나 속상했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나 보다.

육아선배 친구에게 말하니 너무 속상하다며 내게 방어법을 전수해주었다.

유치원에 가게 되면 가르쳐줄게, 아들.

 

# 독일에 오면서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다.

무엇인가 배우고도 싶었고, 공부라는 것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독일에서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잠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멈춰두려고 한다. 아주 잠깐이다.

내 몸이 이 곳에 적응할 때까지. 내 몸은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나보다.

조금만 기다려주자.

 

# 아들의 배변훈련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정말 뭔가 될것 같은 희망이 보인다. 하하하.

germanyduck | 2021-05-16

17년 11월 말

 

# 극 사실주의.

아들이라고 좋은 감정 이입 없기.

 

# H엄마, H아빠

엄마 아빠에게 본인 이름을 붙여 부르는 우리 아들. 🙂

몸과 정신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해다오.

 

# 집구매 조별과제 프리라이더를 하다.

조별과제를 마무리 하였지만, 결과는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살고 있다.

습관의 무서움이란… 새로운 습관을 받아드릴 때가 온 것같다.

과거의 나는, 욕심만 많아 가지고 항상 무리하게 뭔가를 하다가 끝을 못보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겠다.

지금의 나는, 무에서 무로 향하는 존재라고 할까.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아마 아프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한 가지, 이전과 변함없는 것이라면 책은 아주 많이 사놨다. 🙂

어서와, 새로운 습관.

사실 공부하면 재미있어하면서 왜 시작을 안하니. 아끼니?

 

#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에 알았다.

서른이 넘어 몰랐던 나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그 와 더불어 오늘은 오랜만에 거울을 보다가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20대 때 어른들의 얼굴을 보며 ‘나이가 들면 얼굴을 책임질 줄 알아야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내 얼굴을 보니 책임지기 싫다.

아주 나쁜 생각을 하고 사나 보다.

 

# 예의를 갖추고 친절하라. 잘해주고, 배풀어라.

 

# 하기 싫으면 ‘노’라고 이야기 하자. 항상 늦게 이야기해서 더 욕 먹더라.

 

 

# 사람이 많아야 1세기를 산다.

그 100년동안 최소한의 시련을 겪었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 어른의 마음이 얼마나 많은 관념들을 내 머리 속에 고정 시켜왔는지…

내 십대와 이십대는 적은 시련을 겪으려고 참도 몸을 사렸다.

그리고 배웠어야 했던 시련을 극복하는 방법, 내 자신을 믿을 줄 아는 방법, 내 의견과 생각을 말하고 쓰는 방법들을 배우지 못했다.

 

소위 학교라는 범위에서는 항상 답이 존재했고, 내 생각은 그 답에서 항상 벗어났다.

그리고 나의 틀린 답은 언제 부턴가 내 입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초등학교 과학 실습시간이 나는 항상 두려웠다.

실험을 하고 나온 결과는 항상 내가 아는 답과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항상 실험과정과 결과를 내가 직접 해 본 것이 아닌 전과 정답으로 채워 넣어야만 했던 나의 십대시절.

내가 집중하지 않아서 못들었던 것일까, 내게 ‘실험은 네가 직접하고 나온 결과’를 보고해야한다는 것을 그 누구도 언급해주지 않았다.

그것이 실험실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몇 십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1년에 몇 번 있지도 않은 과학실습시간의 감정이 생생하다. 틀리는 것이 싫다.

 

독일에 오니 새로운 배경의 사람들을 알게된다.

왜 이렇게 이혼한 가정이 많은지, 대부분은 정신병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몇 몇은 당장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또 몇 몇은 나라면 극복하지 못할 것같은 시련들로만 느껴진다.

 

틀리는 것은 중요한 것이아니라고.

모든 일에 정면을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그들의 능동적인 모습이 나는 새롭다.

실험실에서 틀린 과정과 틀린 결과를 그대로 쓰는 삶을 이제부터라도 살고 싶다.

괜찮다. 다 그렇게 산다.

germanyduck | 2021-05-16

17년 11월 어느날

 

# 2017년 11월 1일 (음력 9월 13일)

할매… 안녕.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 조금 더 불편한 생활을 원하던 차였다.

이상하지만 조금 더 온라인에서 더 먼 생활을 하고 싶었다. 피쳐폰을 사용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아직 이곳의 지리를 잘 알지 못한다. 구글맵은 필수다.

 

이런 생각을 한지 얼마나 지나지났을까, 나는 한국에서 온 구형의 핸드폰으로 갈아탔다.

버튼 하나만으로 쉽게 접속 되었던 페이지들은 모든 것이 다 리셋 된 상태라서 하나하나 설정 해야만 했다.

하나하나 설정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 쉽게 되던 일들이 페이지 주소를 쓰고 엔터를 눌러야하니 귀찮아 안하게 되었다. 슬프지만 의도했던 일이라 기쁘기도 했다.

 

나는 좋은 핸드폰으로 쓸데없이 많은 시간을 보내던 여러 홈페이지들을 확실히 덜 가게 되었다.

화면이 작아서 보기 불편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쉽게 할 수 있었던 것들을 정말 아주 조금 불편하게 해 놓으니 정말 필요한 일 아니고서야 안가게 되었다.

그래도 가끔 쉬고 싶을 때(?)면 네이버 페이지를 보게되지만 올해를 지나면 이것도 결국은 안하는 것이 내 목표이다.

 

불필요한 것에 대한 정보가 너무 많고,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으려하지 않았던 나를 돌아본다.

누군가는 편안하고 신속한 삶을 위해 새롭게 고안하지만, 나는 손가락이 점점 짧아지고 굵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서야 불편한 삶을 하나하나 찾으려 노력하겠다.

 

# 내가 나서지 않으니 느리지만 뭔가 되어가는 느낌이든다.

 

# 아들의 카카와 피피 교육은 다시 실패로 돌아갔다.

피피는 어느정도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이 아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였나 보다.

‘이게 2살이냐’ 의심이 들 정도로 내게 화를 내는데 안되겠다싶었다.

 

하루 종일 기저귀를 채우고 있으니 편안한가보다. 기저귀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다.

금방 끝날 것 같았는데 다시 장기전이다. 그렇게 똥팬티를 빨았건만. 기저귀 하고 있으면 내가 더 편하긴 하다.

 

# 무엇을 할 것 인가에 대한 고찰. 그것은 계속 되어야 한다.

germanyduck | 2021-05-15

17년 10월 말

# 아들의 책에서 오는 깨달음이란, ‘기다리면 알게 될거야.’

밑져야 본 전. 안 해도 되는 어려움과 고난이 바로 보이는데도 그냥 해볼까.라는 생각. 기다리면 알게 될거라는 메세지.

#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무엇 인가를 하는게 낫다는 그 말, 내게 필요한 그 말.

germanyduck | 2021-05-15

17년 7월 전반과 8월 전반

 

# 집을 알아봤다.

그렇게 올해 7월과 8월을 다 보낸거 갔다.

구매 바로 앞까지 간 것도 있었다.

그런데 그 집은 우리집이 안되려고 했었는지 뭐가 진행이 지지리도 안되고 결국에는 그만하자는 결론이 났다.

 

작년 겨울이 혹독하게 추웠던 탓 이었을까. 작년 겨울에 혹독하게 아팠던 경험때문 이었을까.

휴가는 물론이고 생활의 리듬을 잃어버렸을정도로 피폐한 7월 8월을 보낸거 같다.

내 인생의 결국 집 장만은 없는게 정신 및 신체 건강에 좋을 것 같다.

 

# 흥이 없어졌다 라고 해야 맞는걸까. 음… 결국 하고 싶은 것이 없어졌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하려고 했던 공부도, 취미로 배우려고 했던 모든 것들도 그냥 ‘왜 하려고 했나’라는 생각이 들고 집에만 있고 싶다.

이미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는데, 더 생각 없이 집에만 있고 싶다.

 

주말에는 남편이 나가자고 난리이고, 평일에는 아들과 함께.

사실 아들이 자고 나면 시간이 남지만 허투루 시간을 보내고만 싶다.

남편은 자녀가 있어도 일은 하고 있으니 커리어가 계속 쌓이는 것일 터이고, 아들도 나와 평상시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 같으면서도 질적 양적으로 자라고 있다.

나와 있고 싶어하는 두 사람은 발전해가지만 나는 후퇴하는 느낌만 든다.

그래서 뭔가를 해보려고 책도 사고, 책도 사고, 책을 사도.

저녁에는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주말에는 내 시간이 더 없는 생각만 든다.

 

그래서 9월 부터는 학원이라도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원이라도 다니면 두 사람이 나를 놔두지 않을까.

또 다른 스트레스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지금보다는 발전하겠지 라는 생각이 또 든다.

 

 

# 사실 6월에 본 B1와 integrationskurs 시험에 합격을 했다. 그런데 나의 독일어 실력과 삶은 그냥 그렇다.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들이 내 배 안에 있던 2015년 여름이 최근 몇 년간 가장 똑똑했던 때 였던 것 같다.

 

 

# 5년 전 세계여행의 추억의 장소 Fehmarn으로 아들과 첫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다음에 갈 때에는 더 뛰어난 독일어 실력으로 Uwe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 08.July.2017

눈 양쪽에서는 모두 눈물이.

코 양쪽에서 콧물이.

알레르기인건지, 감기라서 그런건지.

 

자전거를 타고 오는 길 심해진다.

뭔가 가루때문에 그런 걸까하고 목욕을 시켰는데 그게 더 안 좋은거였을까.

폐가 아픈건지 기침을 힘겹게하는 아들의 상태. 내일아침에는 좀 괜찮아졌으면…

한 달 가까이 콧물과 아침, 저녁 기침이 심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이었다.

튼튼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아들 하나 키우는데 항상 걱정이다.

 

# 5년 전 유럽에서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했던 그날처럼.

자전거를 타고 우리는 달렸다.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뒤에 듬직한 아들 하나가 앉아있다.

바람도, 냄새도, 한국의 여름에는 느낄 수 없는 공기의 건조함도 닮았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

“우리 그 때처럼 싸구려 토스트빵에 뉴텔라를 발라먹을까?”

“꿀을 발라먹을까? 포테이토칩을 사 먹을까?”

“아냐, 무엇보다 리들을 들려야해”라고 큭큭 대며 농을 치고 있다. 얼마나 큭큭댔을까.

오르막 길 넘어 건너편 길에 마법처럼 리들이 나온다. 황당한데서 오는 즐거움이란.

독일로 온 후 이상하게 가지 않게 되는 리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때처럼 저녁이 되니 브슬브슬 비가 내렸다.

그러나 오늘 우리 셋은 지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