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와서 처음으로 영화를 봤다. ‘옥자’
아이고. 고기 못 먹겠다.
독일와서 그렇지 않아도 닭고기 외에는 잘 못먹고 있는데. 안 땡겨.
# 판다가 이렇게 유명한 동물인지 10여년 전에는 나는 잘 알지 못했다.
미국 아틀란타에서 나는 분명 판다를 보고 많은 사진을 찍었던거 같은데…
그리고 오늘 다시 아들과 Berliner Zoo에 판다를 보러갔다.
유일하게 있는 헤노의 인형친구 판다에게 Meng Meng이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잘 보지는 못했지만 또 가야지
# 7. Juli. 2017
처음으로 ‘카카’ 마렵다고 하고 변기에 앉지는 않았지만 변기에 ‘카카’를 했다. 어른이다, 아들.
# B1 시험이 끝났다.
막 시험보고 와서는 시원 섭섭한 마음에 이것저것 쓰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막 써 내려갔던 글은 이내 지우고 말았다.
시험이 끝나고 3일이 지나고 나서야 독일어를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험을 보고 나니 ‘어떻게 해야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무엇이 틀렸는지도 알겠다.
특히 자기 소개를 하면서 많이 외웠던 것은 곧바로 나오는 것을 경험하며 역시 많이 외우고 많이 쓰고 그리고 입 밖으로 내어보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한 반복.
그것만이 모든 새로운 제 2외국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법도 중요하다 당연히.
하지만 그것은 실제로 하다가 막히는 부분을 찾아보기로 하자.
실생활에서 쓰이는 단어들과 실제로 많이 말하는 대화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실행하는 사람이 장땡인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안다. 힘.
# 며칠간 독일 생활이 너무 힘들고 짜증났다.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고 나는 결국에 너무 바보 같았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서울짐은 몇 개월 전에 모두 정리했다.
한 번 더 생각해보니 나에게는 이제 갈 집이 없다.
갈 곳 없는 사람. 바보 같은 사람.
# 아들 이야기를 써두어야지.
오늘도, 이번달도 아들은 무지막지하게 말을 안 들었다.
예를들면
1. 물이 담겨진 컵을 엎는다.
처음에는 몰랐으리라하고 잘 설명하며 바닥을 닦았다.
잠시 뒤 한 번 더 물을 엎는다.
“하지말라고.” 엄마는 화가 나는데 헤노는 싱글벙글 눈누난나.
2. 며칠 날씨가 안 좋았다. 너무 집에만 있었던 것 같아서 오늘은 꼭 아들을 데리고 공원 놀이터를 가려던 차였다.
나가자고, 나가자고 하는데… 아들은 어디서 꺼냈는지 돌 때 한복을 가지고 눈누난나-
그 중에서도 장난으로 신겨준 버선에 빠져버렸다.
버선 벗고 놀이터 가지고 하니 “논논노-”
결국 버선 신고 장화 신고 놀이터;;;;;;
3. 아드님, 제가 배가 고프다고요.
이제 그만 집에 좀 가지고.
얼마나 놀았을까.
애들은 없고 햇쌀을 따갑고 썬크림은 안 발랐고.
배는 고프고.
오리도 봤고.
옆에 젊은 여자애는 괜히 우리 바로 옆에서 벌에 쏘였고.
그게 괜히 공포스럽고.
나는 집에 가자고.
집에 가자고 난리난리.
너는 “논논노-”
안 간다고 난리난리.
4. 집이 바로 2층인데
집에 올라가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때론 너무 지치곤 해.
내가 위에 계단에 숨어 있으면 유모차 타는 거 엄청 싫어하면서 유모차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는 너란……
5. 왼손에는 짐을 오른손에는 15kg이 넘는 너를 겨우겨우 들고 올라와서는 배고프다고 과자 달라고 “까까까까까-”
6. 낮잠은 왜 안자냐.
육아서적에는 보통 너정도 때는 하루에 14시간 이상 잔다던데. 너는 왜 잠에 있어서는 예외냐.
7. 어제 넘어져서 생긴 상처가 생각나서 약을 발라주니까 너도 그때서야 아픈게 생각났는지 “아야-아야-” 뒹궁뒹굴;;;
너 금방까지 공원에서 엄청 잘 놀았잖아.
8. 아들, 겨드랑이에 검은게 뭔가가 있는데 털이야? 뭐냐 이거.
# 엄마 힘들다. 아들아.
# 취향이 확실하다.
# 이제 만 9개월을 독일에서 보냈다.
잘 지낸걸까.
살아보니 해외에서 정착한다는 것은 이래저래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
내가 20대가 아니라서 그럴까.
20대 초단에 갔던 미국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미국에서도 첫 날 샤워하고 쓰러졌지 아마… 그래도 그 때 당시 미국에서 계속 살라면 살 수 있었을거 같다.
날씨 때문일까.
이 곳에서 보통 다반사인 끊임없이 오는 두통은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 아닐까.
독일어 때문일까.
혼자가 아니기 때문일까. 아니면 혼자가 아니라서 9개월도 살 수 있었던걸까.
이래저래 9개월 수고했다.
독일에서 얼마나 오래 더 살려나. 아니 더 살아보고 싶니? 여기에도 3년 법칙을 달아야하나.
# 비가 미친듯이 오는 6월 마지막주 어느날(30일)
Waldbühne에 버스인지 지하철인지 4번을 갈아타고 숲 속 어딘가로 들어갔다.
비를 맞으며 공연이 중간에 취소되는 일을 겪으며 Berlin Phil 리허설 무대를 보았다.
비를 맞으며 쓰레기 더미처럼 검은 우비를 쓰고 듣는데도 좋더라.
내년에는 남편이랑 아들이랑 같이오면 더 좋겠다.
만 9개월만에 Berlin 온 느낌;;;
# 비가 오면 퐁당퐁당
# 날이 좋으면 중장비차들을 들고 놀이터로 출근.
# 그리고 나는 이틀 뒤가 B1 시험이지만 이러고 앉아있다.
과자를 한봉지 다 먹어버렸더니 속만 부글부글 거린다.
# 독일 문화는 아직도 모르겠다.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놀이 그룹에 일주일에 한 번씩 몇개월 째 가고 있다.
적응은 아들이 아니라 내가 하는 중이다.
이것 저것 잔잔하게 많은 일이 있었지만 오늘은 좀 이해 못하겠는 일이 일어났다.
예민한 아이 M이 오늘 심상치 않았다. 시작은 아이 M이 엄마에게 안긴 채, 발로 울 아들 얼굴을 세 차례나 때렸다.
물론 엄마가 말리 긴 했지만,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을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동안 나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M이 아들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때, 나는 그 아이의 행동을 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나무 장난감에 얼굴을 맞았고,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내가 행동을 저지하니 M이 갑자기 뒤로 넘어지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 사이 M의 엄마가 냉랭해 졌다.
뭔가 내게 기분이 나빴으리라.
나는 독일사람도 아니라 어디까지 나서지 말아야할지 모르겠어서 오는 길에 괜히 두통이 왔다.
애들 일이라서 가만히 있어야 할 것도 같기도 하지만, 내 애가 상처 받는게 나는 지금 그렇게 싫다.
# 남편은 ‘그 아줌마가 이상한 사람이네.’라고 말한다.
아직도 정답은 모르겠지만 공감해주니 조금 감정이 누그러졌다.
남자 아기, 여자아기가 실오라기 걸치지 않고 모두 자유인이 되어 물에서 논다.
물을 엄청 좋아하는 울 아들은 역시나 물로 간다.
아들의 소중이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옷을 입히고 물어 넣었는데 얼마가 지났을까….
기저귀는 모든 물을 흡수해서 빵빵해졌고 옷은 젖어서 오히려 아들을 춥게 만들었다.
어쩔 수 없이 아들의 쬐금한 소중이를 노출할 수 밖에 없었다.
같이 벌거숭이로 물에서 놀게하였다.
설마하며 물을 만졌는데 이건 완벽한 냉수다.
헐;;; 게다가 어떤 애는 거기에 오줌을 놓고 어떤 애는 진흙을 넣는다.
이게 바로 Bio라며.
선생님은 거기에 뭔가를 닦는다.
더러운 공원 분수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자유롭게 받아들어야하나.
이게 독일의 여름이다.
그리고 아들은 그 날 집에서 다시 한 번 목욕을 해야만 했다.
# T의 생일파티.
무엇부터 잘못된 것 이었을까.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데 나는 왜 간 것일까.
15유로 짜리 선물을 몇시간 신중하게 고르고 굳이 가서 말도 잘 못하면서…
가서는 아는 사람도 한 명 없어서, 어색하게 한시간 넘게 앉아있다가 왔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그 어색함. 놔하!
# 독일에 머문지 8개월, 독일 역사를 배운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하지만 역사에 대해, 정치에 대해 얼마나 궁금해했었나.
유명한 영화의 한 대사처럼 ‘개 돼지처럼’ 나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적어 둔 인터넷 가사의 제목 만을 빼 내어 읽으면서 전체를 파악하려하는 생활을 하면서 말이다.
오늘도 괜히 다짐해 본다.
나와 아들이 사는 세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지.
누군가가 떠 넣어주는 숟가락을 신생아 처럼 훕훕 마시지 말고.
#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쓰도록 해야지.
이거원 이렇게 게을러서야. 일주일에 한 번씩 쓰던 나는 어디로 간걸까.
# 독일온지 만 8개월, 이제 9개월차.
아드님은 21개월.
독립적이던 울 아들은 어디가고 이렇게 찡찡이가 되었나.
우리집에서 가장 부지런한 건 21개월 내내 한결같다.
다시 시작한 독일어 수업.
밥이든 죽이든 무조건 말은 해야하니 독일어에 조금 더 노출되어 좋다.
동네 아줌마 앞에서는 틀릴까 조마 조마 하면서 여기서는 말인지 방귄지 거침없다.
독일 현대사는 참… 슬프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잔혹한지, 민족주의의 끝은 무엇인지 안 좋은 예와 드라마틱하고 좋은 예의 종합체라고 느끼고 있다.
한 편으로는 부러웠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현대사에 대한 평가를 못해서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도 않는데 이민자들의 재교육 수업까지 있다니 말이다.
그리고 Psj가 내 수업으로 한 달간 독일에 왔다.
오기도 힘들고 와서는 더 힘들어하는 중이다.
5월은
무엇이 바빴는지… 아니면 정신적으로 힘들었는지…
마지막주 어느날 일기장에 이렇게만 써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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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는게 맞는걸까.
무엇이 문제라서 남편과 싸우는걸까.
아들은 불안해하고.
정말 이 곳에 사는 것이 맞는 것일까.
우리는 선택이 가능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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