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생활 블로그

Physikum : 독일 수의대 생화학 시험은 이렇다.

2023-10-14
FU Tiermedizin Biochemie 건물 중정, 저 안은 시험 중

독일 생화학 시험 : 간단하게

생화학 Physikum은 말하기로 시험본다. (아마도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일 듯.)

시험 범위는 1년 동안 배운 생화학 전부이고, 

시험 방식은 교수가 ‘이것에 대해 설명해 봐.’ 이다.

교수 마음대로 테마 1, 테마 2, 실험 1가지에 대해 20분, 20분, 10분간 설명하면 된다.

테마 1과 2는 각각 준비시간 20분과 A4용지가 주어지고, 실험은 두번째 테마를 이야기 한 후 곧바로 설명 시작하면 된다. 

교수 한 명이 2명에서 4명을 한 그룹으로 4시간 정도 평가한다. 첫 번째 시험에서 떨어졌을 경우, 첫 번째 나를 평가한 교수가 동행한 자리에서 다른 교수가 나를 평가한다.

내가 본 시험의 경우 한 명이 안 와서 3명이 봤는데, 오전 8시 15분에 시작해서 끝난 시간은 11시 45분 정도 되어있다. 

아직 시험 중..

독일 생화학 시험 : 구체적인 과정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테마 1에 대해서 첫번째 학생이 20분간 준비를 마치고 설명을 시작할 때쯤, 두번째 학생에게 교수가 테마를 주고, 20분간 준비하게 한다.

첫 번째 학생이 프레젠테이션 하듯이 설명하는 도중 설명이 충분하지 않으면 중간중간 교수가 질문을 한다. 그러면 그에 대해 학생은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모든 학생의 첫번째 라운드가 끝나면 테마 2로 넘어 간다. 방식은 첫 번째와 똑같다. 두번째 테마가 끝나면 실험은 준비시간없이 곧바로 설명 할 수 있어야한다. 또 추가적인 질문에 답을 다하면 시험 끝이다. 

교수가 시험이 끝난 모든 학생들에게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 다음 곧바로 합격여부와 그에 대한 코멘트, 성적을 말해준다. 

느릿느릿.. 다 먹어 버리는 달팽이처럼.. 사실 아직도 학교 중정 ㅋ 첫번째 순서라서 다른 학생들 끝나기까지 엄청 기다렸다.

예를 들어

예를 들어 내 첫 시험의 경우 Insulin, Eukaryotische Genregulation이었다.

두번째 시험은 Transkription, 전체 Katatbol, Anabol Wege를 설명하고 한 가지 Stoffwechselweg은 자세히 설명을 하라는 거였다. (이 외에도 Altklausur 혹은 시험을 보면서 애들이 본 시험 주제를 공유하는데 그게 뭐 대충 오바해서 아니면 덜해도 100개는 되는 거 같다.)

이건 시험 전인 2023년 추석 전 날 보름달..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 괜히 보름달에게, 그 의미없는 것에 의미를 붙여보기도 했다.

그 외

첫 시험에서는 떨어졌다. 열심히 했지만 그냥 달달달 외우는 방식으로 준비를 했고, 보기 좋게 떨어졌다. 이것 저것 상황이 안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1차 시험에서 떨어진 건 잘 된 일인거 같기도 하다. 부분 이해는 했지만 전체를 잘 이해하지 못했던 거 같다. 두번째 시험 때 문제를 그 때 받았더라면 합격했을 수 도 있을거다. 근데 그랬다면 이렇게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생화학을 다시는 공부하지 않았을거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 생화학을 다시 한 번 더 보는 것이 잘 된 일이긴 하지만 이번 2차 시험 준비는 심적으로 너무 힘들긴 했다. 생화학 준비하면서 너무 많이 울었다. 불안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기도 했다. 바로 전날까지도 시험에 가지 않고 도망가고 싶었다.

시험 보기 일 주일 전쯤 되었을까, 생화학 전체가 이어지는 느낌이 났다. 이게 또 이렇게 연결이 되는구나. 이런 느낌. 한국처럼 시험을 본다면 당연히 문제없이 시험에 좋은 점수로 합격할 거 라는 생각을 했다. 근데 이게 구체적으로 한 가지에 대해서 설명해야되나 보니 외국인인 나에게는 부담감이 너무 심했다. 첫번째 시험처럼 머리가 하얗게 되면 어떻게 하지? 그럴 때마다 한 번 더 시험이 있으니까.. 한 번 더 있으니까… 를 외쳤다. (링크 : 시험이 불안할 때 보면 힘이 되는 즉문즉설)

공부를 다시 시작한지 2년이 넘어간다. 여전히 계속 할 수 있을까… 나를 의심한다. 자심감이 없다. 힘이 되는 좋은 이야기들을 듣고, 읽고, 글을 쓴다. 시험기간에는 아들에게 미안하고, 남편에게 감사하기도 한다.

어쩌다보다 독일에서 의사로 일 하는 사람들을 여럿 알게되었다. 아들 친구 부모도 의사로 일하는 사람들이 여럿있다. (나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기에, 아들에게 누가 되기 싫어, 내가 공부하는 것은 비밀로 했었다. 그러다 한 사람이 알게 되고, 그것은 같은 반 부모들이 다 알게되는 결과를 얻었다. 젠장.) 아무튼 그들은 내가 몇 학기인지, 무슨 상태인지를 궁금해 한다. Physikum 중이라는 말을 하면 다들.. 아.. Physikum 힘들지.. 아.. 생화학.. 힘들지.. 이런다. Physikum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건 분명 힘든 경험이고, 그 중에서도 대부분 생화학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건 그렇고 다들 Physikum 어렵다는 이야기만 하고 그 이후는 이야기를 안 하길래, 최근에 그 다음은 괜찮냐고 물어보니 그 다음은 praktischer!란다. Physikum은 이제 Anatomie와  Physiologie만 남았다. 계속 할 수 있음 좋겠다. 

아주머니, Der Mut weitermachen zählt! 아무튼 한 고개 넘었슈. 잘했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