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기 끝, 공부를 다시 하기로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정확히 독일에서 공부를 시작한지 2년 반이 지났다. 이번학기는 사실 다른 학생들보다 수업을 적게 듣기 때문에 수월할 줄 알았다. 그런데 해보니 또 그렇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겨울학기는 병치레도 덜 했기에 감사하다. 무엇보다 이제 다음 학기인 4학기를 보내고, 방학에 남은 두 과목의 physikum을 보면 이론 중심의 8학기 중 반을 해내게 된다는 기쁨도 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있지만, 해결방법을 알 것 같기도 하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은 역시 독일어이고, 한국과 다른 시험에 더욱 익숙해 져야한다는 거다. 역시나 이번 학기에도 공부한 것에 비해 뿌듯하지 않은 mündliche Prüfung의 결과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얻은 것은 내가 잊고 있었던 시험의 의미, ‘내가 이걸 몰랐음을 확인 할 수 있는 자리’ 라는 것이다.
시험은 붙는 게 중요하다.
다른 과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과 애들이 하는 말은 점수가 잘 나오면 땡큐지만, 우선 시험을 붙으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공부를 시작하고 2년 반이 지난 지금도 시험 보고 나서 두통이 있고,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한다. 적응이 쉽지 않는 mündliche Prüfung의 혹독함과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독일어 때문이다.
시험 본 날은 시험 본 상황을 반추한다. 반추도 좋지만 아직 말로 보는 시험에 익숙하지 않고, 붙어도 나는 한국 사람이기에 평가에 나는 더 가치를 두기에 잠을 못 잔다. 내가 교수되려는 것도, 다른 학교를 또 입학하려는 것도 아닌데 내게는 학점이 사실 또 그렇게 중요한 거 같진 않다. 목표는 합격 + 4만 받지 말자!
창피함, 남의 시선에 자유로움, 어쩌라고!
독일어를 말하며 시험을 보다보니 시험을 보다가 말이 막힐 때가 있다. 아니면 상대방이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겠다고 하면 너무 창피해서 얼굴이 금방 붉어진다.
무엇보다 20살 어린 애들 앞에서 그러면 너무 창피해서 집에 가고 싶다. 다들 말하기 연습을 수다스럽게 더 하라고 하는데, 원래하는 공부방식도 있고 우선 양이 많다보니 이해하기에도 바쁘고 수다스러운 성격도 아니라서 어떻게 해야되나 싶다. 다 쉽게 바뀌는게 아니라서 결국은 이렇게 된거 창피해도 몇 년 더 뭐 어쩌라고 정신으로 살아야될 듯하다.
시간이 지나 조금 더 편하게 독일어를 하면 좋겠고, 좀 편안한 상태면 좋겠다. 특히 이번 시험을 보며 느낀 것은 언어가 편하지 않으니까 알고 있지만 다른 것에 비해 말하기로는 준비되지 않아 그냥 말하지 않게 되는 걸 알았다.
이런 저런 많은 면에서 에너지를 더 쓰게 된다. 단순하게, 더 뻔뻔하게 ‘뭐 어쩌라고’를 외쳐야 겠다.
기억에 남는 수업
이번 학기에 기억남는 것은 Präpcoach라는 선택과목 수업을 들은 것이었다. 나는 이미 Physikum 전까지 들어야 할 선택과목을 다 들었지만, 들어보고 싶은 수업이었다. 3학기 학생들이 1학기 학생들의 Anatomie 1 Übung 수업에 들어가서 본인 담당의 테이블의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대답해주기도 하고 어떻게 시험 준비를 할지 등 조언해주는 그런 역할을 하면 된다. 1년 전 Übung 수업을 한 번 더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몇 명 안 되는 학생만이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엄청 고민을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수업 선택을 했다. 독일어도 잘 못하는 외국인 인데 🙂
이 수업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느낀 건, 나는 1학기 때 저렇게까지 공부 안 했는데 독일아이들은 생각보다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한다는 거 였다. 평생을 독일에서 산 독일 아이들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원어민이 아닌 내가 열심히 해야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내가 잘하길 바란 건 정말 내 욕심이었던 거였다.
내가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는 전제 하에, 시간이 정말 많이 지나면 편안해 지는 상태가 되지 않을까..
스트레스보다 아는 것에 대한 재미를 찾으…
수의학과는 독일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전공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이유는 시험이 많아서 그런거 같다. 학기 중 시험도 여러 번 있고, 또 학기가 끝나면 또 방학에 국가고시가 있다. 국가고시를 1차에 못 붙은 사람은 방학도 없이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그 주에 2차 시험을 봐야 한다. 1차 합격한 사람 조차도 방학은 고작 2주에서 3주 되는거 같다. 그리고 다시 또 다음학기가 시작된다.
그러다 최근 좋아하는 교수님의 글을 봤다. 시험을 위해서 공부하지 말고 재미있으니까 공부 하라고. 아직까지 어떤 분야가 내 마음속에 훅-하고 들어오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궁금해하고, 아는 것에 대한 기쁨을 알며 우선 Physikum까지 해내고 만세를 부르겠다. 항상 내 목표는 다음 학기까지!
만 39세가 되신 아주머니.. 이번 학기도 수고하셨습니다. 칭찬합니다!